아델라인의 멈춰진 시간
아델라인의 멈춰진 시간
  • 전병호 기자
  • 승인 2019.11.29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오래 살게 되면 투자자산의 매력이 커진다. 100세 시대는 투자자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산을 글로벌로 분산하고 소득프레임과 장기프레임으로 자산관리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 아델라인의 멈춰진 시간

나이는 107세인데 미모는 29세에서 멈춰 버린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The Age of Adaline)”이다. 영화는1920년대를 시작으로 2000년대까지 이어진다. 주인공 아델라인은 비오는 날 자동차 사고로 물에 빠졌다가 6만 볼트에 감전되면서 유전자가 변해 버린다. 그리하여 29세 이후로 이후로 늙지 않는다. 남자와 결혼할 수도 오래 사귀기도 힘들다. 주위 사람들이 수상하게 여기니 매 번 이사를 다니고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딸만 그 비밀을 알고 있다. 애완 동물을 먼저 떠나 보내는 것도 일상화됐다.

영화 이야기를 한 것은 늙지 않는 인생의 행복이나 슬픔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언제까지 오래 살지 모르게 된 한 여인의 자산관리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아델라인이 자산관리자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화를 인용해본다. 이하에서 자산관리자는 ‘자’, 아델라인은 ‘아’로 표시한다.

자 : 이 회사들의 수익이 아주 높습니다.
아 : 그런데 이 회사는 뭐죠? 할로이드 포트그래픽?
자 : 50년 된 회사인데 전자사진이란 걸 개발 중이라는 군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수익이 나려면 몇 년 기다려야 할 겁니다.
아 : 괜찮습니다.
자 : 돈을 오래 묶어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 : 저는 참을성이 많거든요(I am patient).
자 : 지금 이 회사 이름은… X로 시작하는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건지…
아 : 그리스어네요. 제록스라고 발음하죠.

아델라인은 그래서 제록스 주식을 사게 된다. 아델라인은 타고나면서부터 성정이 참을성이 많은 게 아니다. 늙지 않고 오래 살다 보니 인생을 길게 보기 때문이다. 인생이 짧은 자산관리자는 돈을 오래 묶어 두면 좋지 않다는 프레임을 가진 반면에 인생이 긴 아델라인은 오래 투자하는 프레임을 가진 것이다.

자산관리의 출발점은 올바른 프레임을 갖는 것이다. 한 때 회자되었던 걸인과 커리어 우먼 동영상 이야기다. 처음에 걸인이 동냥을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옆에는 널빤지에 “저는 앞을 못 봅니다. 자비를 바랍니다”라고 써 놓았다. 행인들은 아주 띄엄띄엄 돈을 주었다. 한 커리어 우먼이 지나가다 다시 돌아 와서는 널빤지 뒷면에 뭐라 적어 놓고 간다. 그러자 사람들이 깡통이 찰 정도로 돈을 던져 준다. 대체 그 여자는 뭐라고 썼을까? 거기에 쓰인 글자는 이랬다. “정말 아름다운 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아름다운 날을 볼 수 없습니다(It’s a beautiful day, but I can’t see it).” 걸인은 볼 수 없다는 프레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커리어 우먼은 볼 수 없는 걸인의 마음을 프레임으로 하였던 것이다.

사람은 모든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데 프레임을 갖고 있다. 인식하지 못하지만 프레임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로 어떤 프레임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델라인은 장기적인 관점의 프레임을 가지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그 외에 두 가지를 덧붙여 100세 시대 자산관리의 세 가지 프레임을 말해보고자 한다.

글로벌 프레임

첫째, 글로벌투자 프레임이다. 오래 투자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될만한 곳에 오래 투자해야 한다. 일본 주식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투자해봤어야 본전도 못 찾는다. 대만 주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주식은 어떨까? 1989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주식수익률은 11.4%를 기록했다. 동일 기간 동안 미국과 영국은 각각 13.0%, 10.0%를 보였다. 그런데 실제 투자수익률은 우리가 보는 연평균수익률과 다르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가 100에서 50으로 떨어졌다 다시 100으로 상승했다고 하자. 첫해 수익률은 -50%, 둘째해는 100%가 되어 연평균수익률은 이 둘을 평균하면 25%가 된다.

반면에 실제 투자수익률은 100에서 다시 100이 되었으니 0%이다. 연평균수익률은 25%인데 실제 투자수익률은 0%인 셈이다. 주식수익률의 변동성이 클수록 이러한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투자성과는 연평균수익률이 아닌 실제 투자수익률(기하평균수익률이라고 한다)을 봐야 한다.

그러면, 세 나라의 실제 투자수익률을 구해보자. 우리나라 실제 투자수익률은 연 3.5%로 나온다. 연평균수익률 11.4%에 비해서 뚝 떨어진다. 반면에 미국은 8.1%, 영국은 5.4%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미국주식에 투자했으면 9년 만에 원금이 두 배 되지만 우리나라는 대략 20년이 되어야 원금이 두 배 된다. 우리나라의 실제 주식투자수익률은 당시의 국채수익률보다도 낮다. 주식을 보유한 위험에 대한 보상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비유해서 말하면,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할 때, 머리에 한 번 방아쇠를 당기는 데 어처구니 없이 적은 돈을 받고 게임을 하는 셈이다.

주식과 같은 투자자산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줄 수 있는 나라의 자산을 보유하는 게 좋다. 각 국의 주가가 동조화하기 때문에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단기에서 가능한 일이지 장기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각 나라의 30년 정도 주가 추이를 그려서 눈으로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반드시 글로벌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자산프레임에서 소득프레임으로

둘째, 자산프레임이 아닌 소득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자산프레임을 갖고 있다. 아래의 세 가지 예를 보고, 여러분은 어떤 프레임으로 보는지 테스트해보자.

예시 1 : 금은 안전자산일까 위험자산일까?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안전자산이라고 대부분 답한다. 금은 실물을 잘게 쪼개서 장롱 속에 넣어 두고 긴급 시에 사용하려는 사람에게는 안전자산이지만, 금선물 시장에서 트레이딩을 통해서 돈을 벌어보려는 사람에게는 위험자산이다. 관점에 따라 금은 안전자산이기도 하고 위험자산이기도 하다.

예시 2 : 장기채권은 안전자산일까 위험자산일까? 10년 만기 장기국채는 6개월마다 같은 금액의 이자를 10년 동안 주기 때문에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이자흐름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채권은 금리가 1% 오르면 가격이 8% 정도 하락하므로 가격변동이 큰 편이다. 매일 가격을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하게 보이지만 6개월마다 이자 들어오는 것을 보는 사람에게는 안전자산이다.

예시 3 : 꾸준히 배당을 주는 상장된 부동산펀드는 위험자산일까? 펀드가 상장되어 있다 보니 가격이 매일 변한다. 액면가 5,000원인데 2,500원 갈 때도 있고 5,000원을 넘을 때도 있다. 하지만 임대료를 기반으로 배당을 주기 때문에 배당금은 꾸준히 나온다. 이 자산은 매일 시세표를 보는 사람에게는 위험한 자산이지만 매년 입금되는 배당금을 보는 사람에게는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속한다.

투자자산은 절대적인 위험의 크기가 있는 게 아니라, 관점에 따라 위험이 달라진다. 그 관점 중 하나가 소득관점과 자산관점이다. 소득관점은 소득흐름의 변동성으로 위험을 측정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물가만큼 이자가 증가하는 물가연동국채는 실질이자 금액이 일정하므로 무위험자산이 된다. 자산관점은 자산가격의 변동을 위험으로 보기 때문에 물가연동국채는 위험자산이다. 자산가격은 미래소득흐름을 할인하여 현재가치화한 것이어서, 미래소득흐름이 변하지 않아도 할인율, 수요와 공급,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지렛대 끝처럼 가격이 움직인다.

우리는 투자자산의 위험을 자산가격 관점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주식, 채권 등 모든 자산의 위험을 가격 변동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투자의 출발점은 소득관점이다. 이는 미래의 기대수익흐름이 높은 자산을 찾는 것이다. 자본자산가격 결정모형(CAPM) 개발로 명성을 얻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샤프(W. Sharpe) 교수는, 기대수익은 장래수익에 따른 배당 가능성을 그리고 위험은 분배에 예상되는 분산이라고 했다. 이처럼 투자를 할 때는 소득관점이 자산가격관점보다 본질적이다.

소득관점은 숲을 보는 것이고 자산관점은 나무를 보는 것이다. 소득관점을 가지면 투자자산을 가지면서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견딜 수 있고, 이는 투자수익을 높여 준다. 배당, 기업수익, 소득흐름 등의 관점으로 자산을 보자. 그러면 포트폴리오가 변하고 장기 수익이 높아진다.

단기프레임에서 장기프레임으로

셋째, 단기프레임이 아닌 장기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주식과 같은 투자자산은 투자기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위험이 마술을 부린다. 이 마술을 잘 이해해야 자산운용을 바로 할 수 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보면, 1년 기준으로 볼 때는 80%오른 해도 있고 -50% 떨어진 해도 있다. 그런데 투자기간을 10년 단위로 잘라서 보면 원본 손실을 본 적도 없으며 평균수익률이 8%를 넘는다. 투자하는 기간을 달리하면 위험이 변하게 된다.

분석 기간이 너무 짧을 수 있으니, 미국 주식수익률을 한 번 살펴보자. 1950년부터 지금까지 마이너스를 보인 해를 찾아 보면, 1년 투자 기간으로 보면 18번이 되는데 반해(수익률이 -40%에 육박한 해도 있다), 10년 투자기간으로 보면 5번(수익률이 -5% 미만이다)이다. 좀 더 투자기간을 늘려 20년 단위로 보면 마이너스를 보인 때가 한 번도 없었다. 20년 동안 투자했을 때의 연평균 수익률을 보면 적게는 2% 정도에서 높게는 12%에 육박할 때가 있다.

투자자산을 단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일반인이 돈을 벌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이 큰 데 이러한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높은 가격에서 사고 낮은 가격에서 파는 경향이 많다 보니 실제투자수익률은 지수 수익률보다 더 낮은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산관리에서 주식을 배제한다. 반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는 사람은 투자 수익이 좋으므로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수명이 길어지면 아델라인 처럼 인내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 오래 살면 생활비가 많이 드는 만큼 자산운용을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 시간을 자산관리에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소득·장기’ 프레임

수명이 길어지면 자산관리 프레임을 수명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벼룩을 유리상자에 가두어 두었다가 꺼내면 유리상자 높이만큼만 뛴다고 한다. 수명이 짧을 때 우리를 둘러쌌던 자산관리 프레임이라는 유리상자가 치워졌는데도, 우리는 과거의 유리상자 높이에서 뛰고 있다. 아델라인처럼 수명에 맞게 자산관리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

자산관리를 ‘소득프레임·장기프레임’으로 보면 예금이 아닌 투자자산이 자산관리의 중심이 된다. 이에 기반한 자산관리를 하면 시간이 갈수록 수익이 굳건해지는 힘이 발휘된다. 깜깜한 곳에서 적외선 안경을 쓰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듯이, 자산관리의 프레임을 바꾸면 투자자산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글쓴이 = 김경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91 (D.B.M빌딩) 601호
  • 대표전화 : 02-6925-043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아영
  • 법인명 : 엠지엠그룹(주)
  • 제호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 등록번호 : 서울 다 10890
  • 등록일 : 2014-08-28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겸 편집인 : 전병호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h8601@naver.com
ND소프트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