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풀자’ 흥행 후속편은?...전염병 잡으려다 경제 그르쳐선 안 돼
‘주자’-‘풀자’ 흥행 후속편은?...전염병 잡으려다 경제 그르쳐선 안 돼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0.04.23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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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진압과 재정건전성 확보, 택일적 경쟁관계 아냐...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과제
글쓴이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자문위원
(글쓴이 = 권의종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자문위원)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살다보니 별일도 다 본다. 나라 안팎이 온통 ‘퍼주기 경쟁’이다. 가만히 있는데도 서로 돈을 거저 주겠다고 난리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주자’, ‘풀자’ 열풍이다. 정치권이 선별적 지원 대신 무차별 지원으로 돌연 태도를 바꿨다. 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全) 국민으로 넓히고, 신속 지급을 채근하는 속도전에 나섰다.

금액 경쟁도 치열하다. ‘누가 누가 더 주나’ 어린애들 시합하듯 한다. 가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앞서 정부가 밝힌 9조원에서 4조원 정도가 추가된 13조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몇 조원 정도는 돈으로도 안 보이는 모양이다.

미래통합당은 한술 더 뜬다. 1인당 50만원 지급을 주장한다. 4인가족의 최저생계비가 월 185만원인 바 최소한 월 최저생계비 정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인가구 기준 200만원은 지급돼야 한다고 본다. 민생당은 모든 가구에 대해 1인당 50만원 4인가구 기준 200만원의 현금 지급을 약속한다. 정의당은 이달에 이주민을 포함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4인가구 기준 400만원이다. 제돈 아니라고 다들 생색내기 바쁘다.

총선을 앞 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얼굴 두꺼운 정치권은 앞 다퉈 선긋기 바쁘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성격을 두고 나름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여당은 "복지정책이 아닌 긴급 재난대책"으로, 야당은 "미증유의 한계상황에 대한 비상응급조치"라는 포장이다. 구차하다. 누가 정치인 아니랄까봐 잘도 둘러댄다. 선거 끝나고 나서 딴소리나 안했으면 좋겠다.

온통 ‘퍼주기 천국...긴급재난지원금 둘러싸고 어린애들 시합하듯 ‘누가누가 더 퍼주나“ 경쟁

지자체는 잽싸다. 선(先)조치 행렬이다. 경기도가 선두다. 도민 모두에게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풀기로 선수를 쳤다. 지급 대상을 선별치 않고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은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처음이다. 서울시도 나섰다. 중위소득 100% 이하 약 118만 가구에 최대 50만원 지급을 계획한다. 전주, 광명, 이천, 여주, 김포, 양평, 군포, 의왕, 안양, 화성, 포천, 과천 등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발표했다. 섣달 큰 애기 개밥 퍼주듯 하려 한다.

코로나19 피해를 겪는 다른 나라들도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미국의 슈퍼 경기부양책의 핵심은 재난수당이다. 성인 1인당 1,200달러씩 지급된다. 부부에게는 합산해 2,400달러가 나간다. 아동 1명당 500달러가 추가된다. 연 소득이 7만5,000달러를 넘어가는 개인, 합산 연 소득이 15만달러를 넘어가는 부부에게는 적은 돈이 지급된다. 개인소득 9만9,000달러, 부부 합산소득 19만8,000달러 이상이면 아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홍콩에서는 6월부터 모든 영주권자에게 1만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5만원을 지급한다. 대만은 피해업종 종사자에게 경기부양 바우처로 404억대만달러, 약 1조6,700억원을, 호주도 직업훈련생 12만명에게 13억호주달러, 약 1조1000억원, 연금·실업급여 수급자 650만명에게 1인당 750호주달러, 약 58만원을 지원한다. 일본도 현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주자’, ‘풀자’ 흥행의 후속편은 ‘죽자’가 될 공산이 크다. 돈풀기의 부작용은 벌써 나타나기 시작헸다. 일부 신흥국에서 ‘디폴트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각국이 코로나발(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돈풀기에 나선 가운데, 재정건전성이 열악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신용도 하락과 국가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1980년대 중남미 채무불이행 위기나 1990년대 동아시아 외환위기 사태의 재현이 우려된다.

신흥국 ‘디폴트 경고음’, 남 얘기 아냐...재정건전성 감안 없는 부양책은 국가채무위험 부추겨

지난달 이후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주요 신흥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이란 국가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상환되지 못할 때를 대비한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로, 높을수록 부도, 즉 디폴트 위험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CDS 프리미엄은 한 달 새 2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터키,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도 이 수치가 크게 올랐다.

신흥국도 선진국처럼 코로나19 충격 극복을 위해 재정 확대와 유동성 공급 등 대규모 부양책을 펼쳤다. 남아공은 무제한 국채 매입에 나섰다. 브라질은 28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 대책을 내놨다. 터키도 지난달 20조원의 부양책을 마련했다. 재정건전성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부양책이 부메랑이 되어 국가채무위기 위험을 키운 셈이다. 약이 독이 되고 말았다.

좋은 얘기도 아니라서 신흥국의 예를 들었으나 남 얘기가 아니다. 강 건너 불로 보면 안 된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아직은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대외 신용도가 안정적 수준에 있다. CDS 프리미엄도 낮은 편이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슷하다. 한국이 높은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채무 비율이 높지 않아 빚 갚을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국가채무가 늘어나다 보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언제든 부정적 시그널로 바뀔 수 있다. 신용등급 하락과 CDS 프리미엄 상승 등 대외신용도 추락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번질 수 있다.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채무부담 가중으로 디폴트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 진압과 재정건전성 확보는 택일적 경쟁관계가 아니다.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필수 과제다. 전염병 잡으려다 경제 그르치는 교각살우(矯角殺牛) 꼴 나면 안 된다.

(글쓴이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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