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도연이라는 장르
[인터뷰] 전도연이라는 장르
  • 이수민 기자
  • 승인 2020.03.0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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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셜리더스) 이수민 기자 = 특정 배우의 출연 소식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작품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믿고 보는 배우’라 부른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위치지만 그 곳까지 도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 전도연은 새로운 작품으로 2020년 극장가를 두드렸다. 대중들의 촉각이 예민해지고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쏠린다. 그의 이름 석 자 만으로 숱한 물음표와 느낌표가 따라붙는다. ‘믿고 보는 배우’를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된 배우, 전도연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새로운 구조+다양한 인물’ 시나리오에 끌린 이유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을 통해 역대급 ‘센 캐릭터’ 연희를 소화하며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강렬한 스타일링과 어우러지는 목소리와 표정 연기는 등장부터 관객들을 압도했다. 전도연은 “‘연희는 전도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말씀을 해주시는데 사실 시나리오가 무척 강렬했고 그 안에서 연희가 그 자체로 파격적인 인물이었어요. 등장 에피소드부터 강렬했기 때문에 오히려 ‘힘을 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하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뭘 하지 않아도 연희는 뭔가를 하는 인물이었거든요. 이미 시나리오 속 설정만으로 완성이 된 인물이었죠”라고 말했다.
 
전도연의 첫 등장신은 작품 내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영화 시작 한 시간 이후 등장임에도 강렬한 임팩트로 남기며 영화의 흐름을 단숨에 뒤바꿔놓았다. 전도연은 등장신에 대해 당연히 반응이 올 것이라 예상 했다고 말했다. “연희는 등장부터 임팩트가 있어야 했어요. 아무렇게나 힘을 빼고 해도 이미 캐릭터가 완성이 되어있기 때문에 최대한 캐릭터를 잘 보이게 하려 했었죠. 맥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은 사실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됐어요. 설탕으로 만들어진 소품이어도 맞는 사람이 괜찮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이왕 하는 김에 한 번에 끝내려고 제대로 때리려고 했죠.(웃음) 생각보다 정말 많이 신경 쓰고 걱정하며 찍었던 장면이에요.”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푸라기>에는 크게 총 8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나의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한 각자의 사정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꾸려지지만 결국엔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다. 시간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은 영화의 관람 포인트가 되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전도연은 초반에 걱정도 됐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영화를 두 번 봤어요, 찍고 나서 가편집본을 봤을 때는 사실 좀 놀랐어요. 제가 생각한 영화와는 조금 엇나가는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긴장된 마음으로 언론시사회를 갔는데 막상 영화전체를 보고나니 감독님이 딱 원하는 형태로 영화가 나왔더라고요. 저 역시도 최종적으로는 잘 본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죠”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예상했던 영화는 처음부터 블랙코미디였어요. 처음에 봤던 편집본은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별로 없어서 장르적인 이견이 발생했던 것 같아요. 막상 완성본을 봤을 때는 정말 많이 웃었어요. 제 영화를 보고 울고 웃기가 힘든데 코미디 요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인물들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어요. 제가 <지푸라기> 속 인물 요소를 사랑했구나, 알았던 것 같아요”라며 후련한 미소를 보였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코미디물로 재회하고파” 전도연이 밝힌 정우성과의 호흡
 
김용훈 감독은 <지푸라기>로 상업영화 데뷔를 이뤘다. 그럼에도 쟁쟁한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며 주목을 받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시나리오의 힘이 컸다. 전도연은 “시나리오가 장르적으로 느와르로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뻔할 수도 있었는데 시간 설정이나 여러 인물의 등장, 그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런 신선함에 배우들이 끌리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저는 신인 감독님들과 이전에도 일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연희의 오랜 연인으로 나오는 태영 역은 정우성이 이름을 올렸다. 의외로 두 사람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었다. 정우성과의 첫 만남이 어땠냐는 물음에 전도연은 “정말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관계 설정 자체가 오래되고 익숙한 연인이었죠. 그래서 첫 신을 찍을 때 정말 어려웠어요. 하필이면 애교를 부리면서 대사를 해야 했거든요. 힘들어하는 저를 보면서 ‘아 정우성씨와 첫 현장이구나’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오며가며 많이 마주치긴 했지만 막상 같이 연기를 하는데 이정도로 어색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또 적응을 하고 나니까 재밌었어요. 딱 적응이 될 때쯤 촬영이 끝나서 무척 아쉬웠죠. 다음에 또 작품을 함께 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참여할 의향이 있어요”라며 애정을 보이기도.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두 배우 모두 한때 멜로물을 장악했던 만큼 다음에는 멜로로 만나도 좋을 것 같다는 취재진들의 기대가 곳곳에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저는 코미디도 하고 싶어요”라며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전도연은 “현장에서 보는 재미가 있는 배우더라고요. 해보지 않은 장르지만 정우성 씨와 함께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연기 하는걸 옆에서 처음 봤는데 뭔가 자신을 내던지면서 캐릭터를 구현하는 모습을 제가 꽤 즐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찍 촬영이 끝난 게 아쉽기도 했죠. 저도 코미디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제가 나오는 작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를 잘 아는 분들은 코미디를 잘할 거라고 말씀하세요. 사실 저는 유쾌한 사람인데 작품으로 스스로 가둬둔 부분도 있었죠”라고 말했다.

◆ 아카데미의 꿈 품게 됐죠” 전도연의 새로운 목표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은 이후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높은 벽이었던 칸영화제의 포문을 연 역사적이면서 의미 깊은 수상이었다. 하지만 전도연은 “프라이드를 가질만했지만 사실 정말 부담스러웠어요”라며 남몰랐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밀양> 이후에 ‘칸의 여왕’이라고 불러주시면서 계속적으로 그 타이틀에 맞는 작품들을 채우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잘 되어 주질 않으니까 갈수록 부담이 되더라고요. 타이틀은 지니고 있는데 그걸 잘 채우고 있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과 갈증이 동반됐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뭐라고 물어보든 항상 이렇게 대답했죠. ‘지금도 채워가고 있는 중’이라고요. 부담이 늘 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배우 전도연은 여전히 부족하고 알아가야 하는 부분도 많아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고 계속적으로 채워가고 싶어요.”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최근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을 휩쓸면서 한국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이 쓴 것에 대해 전도연은 “그동안 아카데미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문이 열린 것 같네요. 발표가 되지 마자 ‘악’소리도 안날만큼 믿기지 않았죠. 정말 멋지고 대단한 일이에요”라며 축하소감을 전했다. 그는 “저도 칸에서 상을 받았지만 그 뒤로 또 하나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물론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하고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많은 배우들이 그 길을 갈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열린 거니까요. 저 역시도 새로운 꿈을 품게 됐어요. 아카데미 배우상이라고 못 받으리라는 법 있나요? 저도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꿈을 품어볼게요”라고 웃었다.

“아카데미 소식으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돼요. 저 역시 새롭게 꿈을 꾸는 배우가 되었어요. 이제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최고의 배우’라는 찬사 말고 ‘최고를 꿈꾸는 배우’가 되어보려고요.”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가 욕망을 다루는 주제이니만큼, 실제 배우 전도연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전도연은 “돈 가방에 대한 욕망이요? 저는 일단 가지고 있어 볼 거 같은 데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진짜 지금 저의 욕망은 일이에요. 닥치는 대로 뭐든지 일을 하고 싶죠. 올 한 해는 일로 가득 채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카메오로 출연했던 영화 <백두산>을 언급하며 배우로서 생각의 변화도 있었다고 차분히 이야기를 이었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백두산>은 아르바이트 하는 느낌으로 잠깐 출연했기 때문에 촬영을 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어요. 막상 영화가 개봉하고 주변에서 너무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하도 사람들이 말을 해줘서 ‘아 거기 내가 나오지’라고 알게 된 정도였죠. 반응이 좋아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제가 너무 자연스러워서.(웃음) 생각보다 내가 무언가를 아주 열심히 안 해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자칫 오해를 사기 쉬운 말인데 정말 매순간마다 죽을 듯 열심히 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은 전도연에 대해서 준비가 되어있고 그들이 호의적으로 받아 줄 준비가 되어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너무 큰 무게나 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없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모쪼록 <백두산>의 좋은 영향을 받아 <지푸라기>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야심차게 기대를 한번 걸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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