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19' 경제환경, 신(新)고립주의 확산된다
'포스트 코로나 19' 경제환경, 신(新)고립주의 확산된다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0.05.2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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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기업 본국행, 한국 기업 해외행...리쇼어링은 애국심의 표현 아닌 기업의 생존 전략
(권의종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자문위원)
(권의종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자문위원)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코로나19는 힘이 세다. 글로벌 분업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 봉쇄가 잇따르면서 ‘리쇼어링(reshoring)’이 강화되는 추세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기업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산업정책을 뜻한다.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반대 개념이다.

리쇼어링을 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신흥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로봇, 인공지능 등이 인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자국 내에서의 생산비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품질 저하, 기술 해외 유출, 긴 운송시간 등 오프쇼어링의 역기능과 부작용마저 커지는 형국이다.

리쇼어링의 긍정적 요인이 작지 않다.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가 눈길을 끈다. 해외에 나가있는 기업의 5%만 유턴해도 국내 일자리가 13만개가 생긴다는 조사결과다. 업종별 일자리 창출 세부내역을 보면, 자동차 4만3000명, 전기·전자 3만2000명, 전기장비 1만명, 1차금속 1만명, 화학 6000명 등으로 추산된다. 다른 경제적 효과도 있다. 국내생산액이 40조원, 부가가치유발액이 13조1000억원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5~2015년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진출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중 해외 고용인원이 53만2652명에서 162만4521명으로 100만명 이상 늘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연평균 10만명씩 해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낸 셈이다. 배가 아프고 속이 상한다.

리쇼어링은 범세계적 현상... 한국도 해외 진출 기업의 귀환 장려했으나, 성과 영 신통찮아

각국 정부가 리쇼어링을 앞 다퉈 추진한다. 자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까는 포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의 기치를 앞세워 제조업 부흥책을 펼쳤다. 리쇼어링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복귀기업에 세제 감면, 생산설비 이전비용 지원의 혜택을 마련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제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성과가 나름 쏠쏠했다. 2010~2018년 중 중국에서 791개 기업, 멕시코에서 108개 기업 등 연평균 180여개 기업이 미국으로 돌아왔다. 미국 리쇼어링 기업 고용창출 현황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 동안 총 2411개 기업이 귀환, 2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2017년에는 유턴기업의 신규 창출 일자리가 미국 제조업 신규 고용의 55%를 점했다.

프랑스는 2009년 본국 생산 제품에 원산지를 표기하는 ‘메이드인 프랑스(MIF)’의 국가 브랜딩 정책을 발표했다. 2011년 오리진 프랑스 개런티 인증제도를, 2013년 ‘리쇼어링 5대 액션플랜’을 시행했다. 독일 정부는 유럽 내 가치사슬의 중심이 되기 위해 기존 기업들의 스마트공장 구축과 함께, 해외로 나갔던 기업의 공장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제조업 생태계 스마트쉐어링을 추진 중이다. 일본도 리쇼어링에 적극적이다. 법인세 인하와 함께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로 돌아오는 기업들에 규제 감면 혜택과 연구개발비를 지원한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완성차업체와 캐논 같은 전자업체가 일본으로 공장을 옮겼다.

코로나19 확산이 리쇼어링 호기... 기술력·생산성 기초한 시스템 구축과 정부의 뒷받침 긴요

한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해외 진출 기업의 귀환을 장려했다. 2018년 개정된 ‘유턴기업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했다. 성과가 영 신통치 않다. 2014년부터 금년 3월까지 리쇼어링 기업은 72곳에 불과하다. 계획 번복과 폐업을 빼면 68개사로 줄어든다.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단 1곳이다. 중견기업도 2016년 1개사, 2019년 4개사, 2020년 2개사 등 도합 7개사뿐이다.

국경 봉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로 위치할 전망이다. 국내외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재발 가능성과 새로운 전염병의 창궐을 입 모아 경고한다. 설계나 개발 기술이 넘쳐나도 제품 생산 공장이 없으면 위기 때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통감하는 부분이다. 신(新)고립주의가 확산될 금후의 경제 환경에서 리쇼어링은 단순한 애국심의 표현이 아닌 기업의 필연적 생존 전략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변화는 신흥국 경제에 뜻하지 않은 암초가 될 수 있다. 자국에서 기술개발부터 완성품까지 생산하는 선진국 중심의 지역가치사슬(RVC) 부상은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큰 나라에 결코 이롭지 않다.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응하는 기업의 시급한 결단을 요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해외 사업장 가동 중단의 악재를 리쇼어링의 호재로 삼는 역발상이 유효하다.

자사의 사업이 리쇼어링에 적합한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인건비 상승을 고려한 자동화 수준, 생산거점의 국내 이전 시 요구되는 생산성 향상, ‘메이드인 코리아’의 가치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적합성이 인정되면 기술력과 생산성에 기초한 연구 개발과 스마트 공장을 활용한 비용 절감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마련, 국내행을 결행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유인 제공이 필수 조건이다. 세제 개선, 금융 지원, 연구 개발, 노동 개혁, 규제 완화로 유턴 기업들의 사업기반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속담에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힘겨워 떠났던 기업들이 즐거워 돌아오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돈 되는 물고기(錢魚) 잡기가 쉬워지면(求易) 어부 집결은 시간문제다. ‘전어구이’는 기업이 더 좋아한다. 썰렁한 아재개그로 들을까 그게 걱정이다. 공연한 노파심이 앞선다.

(글쓴이 = 권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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