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 있으니 전화받어, 나는 너의 노후경제 지킴이야!
할말 있으니 전화받어, 나는 너의 노후경제 지킴이야!
  • 주서영 기자
  • 승인 2020.03.09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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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연 전)KB국민은행PB센터 팀장
홍정연
전)KB국민은행PB센터 팀장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주서영 기자 = “떨리는 마음으로 너의 전화번호 눌러봤어, 아무 말 말고 전화 받어 내 번호 뜨니 왜 안받어, 전화도 울고 나도 울고 할말 있으니 전화 받어”

2002년 월드컵의 열기만큼 hot했던 미녀가수 미나의 “전화받어” 가사 중 일부이자 요즘 나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표현이다. 그 이유는 8월 1일부터 퇴직자 재채용으로 “국민은행 퇴직연금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서 고객들에게 out-bound 전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23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었다. 대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best 직장인 국민은행에 다니는 골드미스, 고액연봉자, 종합금융센터의 기업금융팀장이었던 나는 조금만 참으면 곧 지점장인데 라는 주변의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명예퇴직이라는 선택을 하였다.

돌이켜보면 국민은행은 나에게 많은 기회와 경험, 경제적 혜택까지 참으로 감사한 첫 직장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의 “처음”을 선사해 주었다. 1994년 ‘여행원제도’라는 성별에 따른 고용차별 없이 입행한 첫 기수, 2002년 공모를 통해 외환전문 PB로 선발되어 유학생과 재외동포의 외화송금과 자산을 관리하는 ‘외환프라자’의 창설멤버, 한국금융연수원 제1회 FP이자 금융전문가협회 임원, IMF이후 부유한 개인고객들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개설된 최초의 PB센터에서 동기 중 첫 번째 여성책임자로 승격을 하였다. 또한, 대출약정서 수정사건과 보이스피싱이 극성을 부리던 2012년 고객보호를 위해 출범한 금융소비자보호부의 최초 여성조사역으로 블랙컨슈머의 욕설을 감내하며 소비자보호의 선봉장이 되었다.

비교적 성공적인 직장커리어를 쌓아왔지만, 어느덧 나는 한병철의 “피로사회”에 묘사된 것처럼 무엇이나 자기가 노력하는 만큼 성취가 가능하다는 성과사회의 무한 긍정성의 압력에서 약간의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을 앓으며 초조함과 불안감속에 도무지 행복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괴감 속에 해야 하는 일은 늘어만 가고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 갈 길을 잃어버렸다. 결국, 남성들의 군대복무, 불임 또는 육아휴직, 자기계발휴직 등의 “쉼” 한번 없이 계속된 직장생활에 스스로 휴식을 주기로 결단을 내렸다. 일과 결혼했냐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집과 직장만을 오가며 달려온 나에게 퇴직 후 1년간의 휴식기는 마음 깊이 얼어 있던 응어리들이 봄날 개울물처럼 녹아 드는 치유의 시간들이었다. 평생학습관, 시립미술관, 대학소극장, 서울시민청, 중앙박물관, 영화관을 누비며 마음껏 읽고, 보고, 들으며, 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해도 보고, 노사발전재단의 금융강사과정, 여성발전센터 및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IT강좌, 스마트폰 사진찍기, 한국산업진흥원의 공연코디네이터 교육과 극장실습을 받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소통하는 값진 시간들이었다.

출처는 잊었으나, 인간의 행복을 위협하는 2대 적수는 고통과 권태라는, 가난과 결핍이 고통을 만들고 안전과 여유가 무료함(권태)를 만든다라는 말처럼 느리고 자유스러운 생활의 만족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일의 성취나 타인의 평가로 자신을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나는 쓸모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무력감을 지울 수 없었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스멀스멀 피어 오를 무렵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바로 국민은행의 퇴직직원 재채용공고(퇴직연금 자산관리 부문)였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수익률과 만기 안내, 리밸런싱 등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전화로 제공하는 일이라고 했다. 퇴직연금 특히 DC(확정기여)형의 경우 회사에서 퇴직금의 재원이 되는 부담금을 금융기관에 적립할 뿐, 운용의 주체는 가입자 개인이지만, 많은 가입자들이 회사 또는 금융기관에서 알아서 운용해 주는 것으로 착각하여, 바쁘다는 핑계로 별다른 고민 없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정기예금에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노후의 평생 소득이 될 귀중한 퇴직연금 자산에 대한 고객관리는 매우 중요하고 보람된 일로 느껴졌다. 극심한 피로감에 은행을 떠났지만, 적당한 휴식과 안정으로 되찾은 활기는 나에게 이것이야 말로 금융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살리면서 내가 몸담았던 은행과 고객에게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속삭이고 있었다.

은행 재직시의 다양한 근무경험과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국제공인신용장전문가
(CDCS) 등 12개의 금융자격증 취득, 퇴직 전 3년 간의 퇴직연금 담당자 및 팀장으로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나는 국민은행 최초의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의 컨설턴트로 채용되었다. 은행을 그만 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지만, 나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다시 일할 수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 국민연금의 조기고갈로 위협받는 노후경제, 100세 시대 무전유죄라는 불행을 방지하고자, 퇴직연금이야말로 노후의 풍요로운 생활을 약속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임과 그 자원의 크기를 결정하는 운용의 주체는 바로 가입자임을 알리고자 나는 오늘도 손가락이 부러져라 고객 정보를 검색하고 전화번호를 누른다. 비록 광고∙홍보 전화로 오인 받아 수신거절 당하기 일수이고, 보이스피싱으로 몰려 봉변을 당하기도 하지만, 고객들의 노후경제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유발과 수익률 향상을 위해 나는야 오늘도 힘차게 수화기를 든다. “할말 있으니 전화받어, 내 번호 뜨니 왜 안받어, 나는 너의 노후경제 지킴이야!”

(글쓴이 = 홍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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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란 2018-11-16 20:34:28
홍정연님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같은 금융인으로서 다시한번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금융기관의 일원으로서 노후경제 지킴이로서
많은 지혜를 고객들에게 전달해주는 금융인이 되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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