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죽음의 미학
가치 있는 죽음의 미학
  • 주서영 기자
  • 승인 2020.08.03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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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
이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주서영 기자 = 

#1.
하루 사이에 두 분 저명인사들의 죽음을 접하고 나니 마음이 무척 심란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이 났다.

한 분은 60대 중반으로 서울시장을 세 차례 역임하며 차기 대권 후보권에 랭크되어 있던 분이고 다른 한 분은 6·25전쟁 영웅으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의 사표로 추앙받아 오신 분이다. 한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른 한 분은 자연수명을 사시다가 그저께 (7/10) 100세로 운명하셨다. 한 분은 자기가 데리고 있던 비서로부터 성추행 고소를 당한 지 하루 만에 홀로 이승을 떠난 분이고 다른 한 분은 자신의 명을 충분히 인지하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으신 분이다.  

인간의 삶의 유형도 지역과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죽음 또한 여러 가지 모양으로, 갖가지 의미로 후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역사적으로 인류 문명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위대한 죽음'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면서 스스로 독배를 마심으로써 자기성찰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훈계의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또한, 이순신 장군도 마지막 해전에서 적탄에 맞아 숨을 거두면서까지 장수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를 다함으로써 임진왜란의 대미를 완벽한 승리로 끝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성웅(聖雄)이라 부른다.  이처럼 범인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위대한 죽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개죽음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는 죽음들도 많이 있으리라.  

이런저런 생각으로 심사가 깊어지는 가운데, 한 사람의 죽음이 결코 개인의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그 집안이나 사회 후대들에 어떤 형태로든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돌아보며 '가치 있는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한마디로 '죽을 때 잘 죽어야 한다.'라는 깊은 경각심이 생긴다.

#2.
어떻게 죽는 게 잘 죽는 죽음이 될까? 그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게 더 좋겠다.
이런 관점에서 역사적으로나 또는 우리 주변에서 귀감이 되는 죽음이 누구일까?
 
우선 무엇을 위해 죽을 것인가에 대해 카테고리를 열거해 보자. 자신의 허물을 덮거나, 자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가족을 위해서/친구나 이웃을 위해서/사랑을 위해서/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교회를 위해서/전장에서 아군의 승리를 위해서/인류의 정의를 위해서…….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수많은 경우가 있지만 크게 분류하여 소의와 대의 즉 사적 의미의 죽음과 공의를 위해 죽는 경우로 대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사적 의미로서의 죽음은 그 경우가 너무 막연하고 또 의미 자체가 없는 것 같아서 이런 경우는 도외시하는 게 좋겠다. 결국, 공적인 의미에서 대의를 위해 '가치 있는 죽음'으로 생을 마친 경우를 살펴보는 게 더 의미가 있겠다 싶다.  

그럼 공의를 위해서 죽음을 맞이한 경우, 과연 어떻게 죽는 게 '가치 있는 죽음'이 될까?

우선 죽음의 양태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겠다.

자진/자결 등 공의를 위해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자살이 있다. 그리고 일제 치하에서 옥고를 치르다 병사 또는 고문으로 죽음을 맞이한 경우처럼  공의를 지키다 죽음을 맞이한 타살이 있다. 그 외 일반적으로 공의를 지키며 산다고 해도 병으로 죽든지 사고나 노화 현상으로 자연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도중하차 하듯 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를 뛰어넘어 천수를 누리며 공의를 다해 삶을 값지게 살다가 떠난 복된 죽음도 있다.  

#3.
먼저 자살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즉 공의를 위해 자진/자결한 죽음이 있다. 사적 이유와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 아니라, 조선조 말 민영환의 경우처럼 나라 잃은 슬픔을 죽음으로 대신한 경우다.
 
다음은 타의에 의한 죽음이다. 자유가 박탈된 엄혹한 현실 앞에서도 끝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공의를 지키다 순절한 의인들이 적지 않다.

안중근 의사의 죽음은 일제에 의한 사형 집행이라는 점에서 법적인 타살의 대표적 순절이다. 이런 경우의 죽음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자진의 경우와 같이 한 시대를 대변하는 고결한 인격과 애국의 지표가 되면서, 불사조와 같은 의인의 행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자연사다. 공의를 다하여 살던 그렇지 못하든 간에 우리는 모두 죽기 마련이다. 이것을 우리는 인간의 운명이라고 부른다.

어떤 경우이든 그 죽음을 회피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음 앞에 이르렀을 때 가능하면 자신의 과거 행적을 후회하거나 비하하는 일 없이 '인생 끝내기'를 잘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든 짧든 지금까지 한 인간으로서 개체적 일생을 살아왔으니 세상을 하직하면서 자식들에게 그동안 너희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왔다는 위로와 감사의 말 한마디 정도는 남기고 떠났으면 좋겠다. 이것이 평범하면서도 인간에게 남겨진 보편적인 가치로서의 진솔한 삶의 마감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가운데서 특별한 경우로, 인간에게 주어진 천수를 다 누리면서도 그 인생 전체를 공의를 위해 헌신하고 세상을 위해 유익을 끼치고 가는 삶이 있다면 이 세상에 이보다 더 복되고 값진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저께 100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백선엽 장군이 바로 그런 삶의 대표적 사표다. 그래서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그분이 남기신 우국충정의 뜻(한미동맹과 국가안보)과 '천명(天命)의 도'를 살피며 마음을 다해 명복을 빌고자 한다.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앞에서 '가치 있는 죽음'에 대한 각성이 샘물처럼 솟아나 가슴을 적신다.
만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죽어도 죽지 않는 호국의 영령'으로 우리를 통일의 그 날까지 보살펴 주시기를 삼가 빌고 기원한다.

글쓴이 / 이승율
이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은 연변과학기술대학과 평양과학기술대학의 대외부총장을 역임하였고,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중앙회장 역임, 참포도나무병원 이사장, 신아시아산학관협력기구 이사장 역임, 북경대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중앙민족대학 민박동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으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동북아 전문가로서 각종 국제포럼 및 한반도 통일 사역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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