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주서영 기자 = 늘 어디를 갈까보다! 하지만 딱히 갈 곳을 못 정하던 차에 아는 분이 문학 기행을 다녀오셨다고 해서 제법 장거리 코스이지만 그 분 따라 나도 폼 좀 잡는다고 나만의 ‘문학 기행’이라며 충남 서산 근처의 개심사와 태안을 지나 만리포 천리포까지 한 나절에 다녀왔다.
무 낙 기행
목요일에 술을 너무 거나하게 해 금요일에 정신을 못 차려 은행가서 돈을 못 찾아 놓아서 한 푼 돈도 없는데, 칠성사이다나 찐 계란도 없이 물만 다섯 통을 얼려 갖고 길을 떠나려니 뭔가 좀 허전하기도 했었지만, 똥배짱으로 무작정 차를 끌고 길을 떠났다. 차에 기름도 겨우 반 정도였었고.. 물론 돈 없이 살아본 기억이 뭐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돈 없는 주말이란 것이 좀 섭섭한 것은 더운 날 시원하게 막걸리라도 한 사발 하고픈데 그러지를 못해서 지만, 아무튼 그래서 더욱 오기로 길을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나선 길이라 그런지 서해대교도 낮이 설고, 최신 네비계이션이 있는데도 서산 인터첸지에서 개심사까지 한참을 헤맸다. 겨우 찾아들어간 개심사 해우소가 얼마나 고풍스럽던지 냄새는 물론 깐 엉덩이에 모기가 무척 달려들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해우소에서 볼일도 제대로 다 못 본체 나온 후, 우리 동네 절 보다 훨씬 보잘것없는 개심사를 둘러보고 말고도 없이 그냥 떠나오고 말았다. 혹시나 이름대로 개심사에 가 내마음이 열리면 평상심을 찾을 수가 있을런지?! 했었는데.. 후후!
혜미 읍성 태안을 거처 만리포까지 길들이 예전 같지 않고 무척 좋았다.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랄까?!
만리포에 도착했더니 바다 안개가 끼여 바닷물은 잘 보이질 않았지만, 백사장에서 신을 슬리퍼를 준비 안 한 것을 때늦게 후회를 했다. 아무튼 바다 물에는 들어 가보지도 못하고 만리포 해수욕장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며 옛 생각도 해보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파져 뭘 먹을까를 생각하다. 주머니에 한 푼도 없다는 사실에 거의 절망을 했다. 후후!
천리포 수목원의 입장료가 무려 팔 천 원이나 한다고 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실은 창피한 고백이지만 그곳으로 ‘문학기행’ 가셨다는 아는 분이 앉았었다는 천리포 수목원의 그 소나무를 찾아 엉덩이를 대고 나도 고즈넉하게 앉아보려는 심사로 나의 ‘문학 기행’을 떠난 거였었는데, 천리포 수목원은 입장료가 없어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바다 비린내 진하게 나는 만리포 옆 모항을 거쳐 서둘러 서산으로 나와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배는 고프지만, 먹을 건 없고 물론 사 먹을 돈도 없고 그나마 다행으로 준비해간 얼린 생수만 5통을 마셨더니 소변이 너무 마려워졌다. 서산에서 미리 소변을 볼 것을, 업 친데 덥 친 다고 휴게소도 없는 서산 당진 간 구간에서 3중 추돌 사고가 나 차는 정체되고, 점점 더 힘들어져만 가다가 급기야 바지에 몇 방울을 실례를 하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속도로 노상에서 내차 뒷바퀴에 방뇨를 하고 말았다. 늘 집에만 세워두던 차를 겨우 끌고 나와서는 한 짓이 바퀴에 대고 방뇨를 했으니, 내 차에 대해 어찌나 미안 하던지! 다음날 아침 출근 전에 빼브리즈를 뒷바퀴에 듬뿍 뿌려주며 차에게 사과를 했다. 하하!
남들은 제대로 된 글 쓰려고 그럴 뜻하게 ‘문학기행’을 다녀온다는데, 나는 길 떠나봐야 겨우 ‘무 낙 기행’만 갔다 오니, 언제나 난 글 빨이 제대로 될까?! 하하! 아! 사는 게 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