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전환기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펼치며~!
인생의 전환기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펼치며~!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0.06.19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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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유진)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인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그저 다른 사람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영문도 모른 채 달려가는 바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인생의 전환기가 찾아왔다.  

2015년 1월 15일! 드디어 나는 내 인생의 전반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30년을 넘게 다니면서 내 인생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은행을 은퇴한 것이다. 그동안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던 상사나 동료, 후배들은 나의 은퇴를 안타까워했지만, 존경하는 선배들이 일정 연령이 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하나 둘 은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언젠가는 떠나야겠지만 박수칠 때 떠나면 좋겠다.’ 그리고 ‘인생 2막을 준비하려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퇴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본부장 직에 있던 만 55세에 미련 없이 사표를 냈던 것이다. 덕분에 감사하게도 우리 본부 소속 지점장들과 직원들이 올림픽파크텔’을 빌려 플랜카드를 걸고 성대한 퇴임식을 해 주었다. IMF이후 직장에서 퇴임식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인데 성대한 퇴임식 자리를 마련해 준 그들의 진심어린 마음에 나는 감동했다. 아마도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되리라. 그렇게 그들은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격려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었다. 

퇴직을 하면 가장 힘든 것이 ‘소속감의 상실’이다. 퇴직과 동시에 그동안 나 자신과 거의 동일시 해 온 직장에서의 ’나의 역할’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게다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직장이라는 존재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을수록, 조직에 헌신적일수록 상실감은 더 커진다. 그동안 은행이라는 존재가 가족보다 우선순위에 있었던 나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직장은 사라졌어도 그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은 남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나의 역할’이 사라졌어도 ‘나라는 존재’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끝까지 나와 함께 해주고 있다. 퇴직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점장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있으며, 아직도 명절 때 마다 선물을 챙겨 보내는 후배들도 여럿 있다. 덕분에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조직에 있을 때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직장을 떠났을 때 나에게 남게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직장을 다니면서 오랫동안 편안하게 써왔던 ‘나’라는 가면을 벗어버리고 맨 얼굴의 ‘나’로 새로운 세상을 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며 더 이상 인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도 한다. 이 과정은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이고 나 또한 그러한 과정을 겪었다. 그 과정을 이미 겪은 사람으로서 한 마디 도움 되는 말을 하자면, 가급적 그 과정을 짧게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과거로부터의 끈을 놓아야 한다. 그리고 홀가분하게 자신의 맨 얼굴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에 앞서 과거의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시작이 먼저가 아니라 끝맺음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온 문은 이미 닫혀 버렸는데 그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괴로워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문은 이미 내 앞에 열려 있다. 다만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은퇴를 하게 되면 일단 시간이 많아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일을 하거나 여행을 떠난다. 나도 30년 넘게 일했으니 우선은 제주도에 내려가서 한 달 동안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예전에 모대학에서 함께 AMP과정을 공부했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매주 토요일마다 3주간 진행하는 강의가 있는데 함께 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 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그 교육이 바로 제2의 인생의 길을 열어 준 코칭교육이다. 코칭교육을 받자마자 ‘아! 이 길이 앞으로 내가 갈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주도 여행을 미루고 바로 코치자격증에 도전했다. 덕분에 그 해에 코치자격증 6개(KAC, KPC, ACC, PCC, BAC, BPC)를 취득하였다. 그와 더불어 코칭역량 강화를 위하여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글로벌 리더십과정(Master Coaching Training Program)을 수료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바쁘고 힘든 1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가 충만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즐겼다. 아마도 은행 다닐 때 다져졌던 정신력과 축적된 에너지가 그대로 남아있던 상태라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가끔 퇴직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앞으로 남은 인생을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 본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여행도 다니면서 1년 정도 푹 쉬다가 나중에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다. 그런 후배들을 만나면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살아왔으니 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1년 후에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1년 후에 후배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내가 걱정하는 이유는 1년 후에는 직장생활 할 때 가졌던 에너지가 모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뭔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무엇을 하고 싶어도 자신감이 없어서 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미지의 세상에서, 새로운 나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므로 여행과 더불어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인생 2막을 보람 있게 살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은행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왔다. 그래서 온실 밖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따라서 직장에 재직 중이라도 직장 밖의 사람들과 인맥을 쌓고 정보도 얻으면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을 탐색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 나의 인생을 좀 더 보람되고 의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코칭이 좋아서 코칭을 나의 제2의 인생과 함께 할 동반자로 삼았지만, 처음에는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한 마디로 안개 속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기회가 올 때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 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코칭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었고, 삼성, CJ 및 글로벌기업 등에서 코칭 경력도 쌓았다.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나니  비즈니스 코칭분야에서 나름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앞서 간 분들의 도움과 지원으로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명확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19년 1월 15일이 되면 퇴직 4년째가 된다. 이제는 보람 있는 인생 2막을 위하여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4년 동안 코칭역량을 높이기 위하여 코칭은 물론NLP, 디자인씽킹, 퍼실리테이션 등 다양한 교육을 받으러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활동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도 넓어졌다. 지금은 리더십개발, 커뮤니케이션, 갈등관리, 성과관리, 피드백 등 비즈니스코칭이 나의 전문 분야로 자리매김 하였다. 주변에서는 내가 직장생활 할 때보다 더 바쁜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때문에 여유시간이 많고 시간조정도 가능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소설가인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고. 그래서 나는 자주 어디론가 떠난다.

앞으로 나는 그동안의 경력을 바탕으로 은퇴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서 살고 싶다. 누구든지 언젠가는 반드시 은퇴를 하게 된다. 은퇴하는 분들이 마음고생 덜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빠른 시일 내 자신의 전문성과 재능을 찾아서 행복한 인생 2막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서 살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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