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어야 할 5가지 노후준비 방법
바꾸어야 할 5가지 노후준비 방법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0.06.10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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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윗대 사람들은 노후에 세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한복에 부채를 설렁설렁 부치면서 이번 달 월세가 입금이 안 되었다고 대청마루에 앉아 얘기들을 하는 장면을 본다. 이렇게 모은 돈은 죄다 예금 통장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요즘은 저금리가 되자 자산을 좀 늘리려고 재테크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 금융상품도 다양해지고 투자하는 지역도 넓다 보니 잘만 사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수익률은 안 좋다고 난리지만 성과가 좋은 금융상품들은 항상 있어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이 금융상품에서 저 금융상품으로 옮겨 다니는 메뚜기가 된다. 혹 어떤 분은 아직도 ‘저 놈이 제 노후 준비입니다’라고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들을 가리키는 사람이 있다. 세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예외라는 심정으로, 자식을 노후 자산목록에 은근슬쩍 마음 속 깊이 살짝 끼워 놓고 있는 것이다.

60대 이상의 자산현황을 보면 75% 정도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고, 예금을 20%, 나머지를 기타 금융자산으로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저금리 시기에 수익을 높이려고 수익형 부동산을 찾고 있다. 집을 여러 채 사서 임대를 주기도 하고 상가를 사서 임대료를 받기도 한다. 혹은 재테크 서적을 읽으면서 유망한 바이오 주식을 고르기도 하고 금이나 원유선물에 투자하기도 한다. 투자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주위에서 두 배를 벌었다든가 3개월 만에 펀드가 50% 수익률을 올렸다는 기사들을 보면 몸과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간단히 말하면 75% 정도의 부동산과 나머지는 예금으로 보유하면서 상황에 따라 재테크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투자시장에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재테크 중에서는 단연 부동산에 관심이 가장 많다.

장수사회에서 이런 방법은 맞지 않다. 첫째, 수익형부동산은 보통 사람들이 노후를 준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산이다. 꾸준한 소득을 준다는 점에서 노후에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따져 보면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임대를 주는 데는 감가상각, 수선충당금, 수리비, 공실에 따른 기회비용, 세금 등의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이 비용은 대략 1.5~2% 정도로 본다. 그렇다면 임대료를 5%를 받는다고 하면 3~3.5%에 불과하다. 임대료를 더 받으려면 핵심지역을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면 자산가격 하락 위험과 공실 위험이 뒤따른다.
그뿐만 아니라 부동산은 뭉칫돈이 들어가야 하고 정작 팔아야 할 때 잘 팔리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은 노후자산의 상당부분을 수익형부동산에 올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임차인과 분쟁이 발생하여 오랜 세월 고생을 하거나 많은 돈을 잃는 사람도 있다. 임대 준 집에 전기 설비 부실로 불이 나서 재산이나 인명피해가 났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임대는 20~30년의 장기계약이 아니라 5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므로 임대계약을 또 새로 맺어야 하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임대료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수익형 부동산에는 가격하락 위험뿐 아니라 유동성위험, 집중투자위험, 임차인과의 분쟁, 재임대위험이 추가된다. 이들 위험까지 감안하면 수익형부동산의 위험 대비한 실질 수익률은 높지 않다. 부동산이 아닌 금융을 통해서 꾸준한 소득을 얻는 길을 찾아야 한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부동산자산이 대부분이고 금융자산은 예금과 주식 정도였지만 금융혁신으로 인해 다양한 금융상품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불과 20년 만에 금융은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 변했다. 그런데 아직 이 금융상품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이전의 사고에 얽매여 있다. 금융을 통해 수익형부동산의 꾸준한 소득흐름을 대체해야 한다. 금융으로 소득을 만들 경우 유동성위험, 재임대위험, 집중투자위험, 임차인과의 분쟁 등의 문제는 없다.

둘째, 단기자산인 예금은 장수사회에 적합하지 않다. 예금은 마치 개구리를 물에 넣어 놓고 불을 지피는 것과 같다. 예금은 대부분 만기가 1년이며 그러다 보니 금리도 낮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을 경우도 있다. 예금을 가지고 있으면 원금을 까먹지 않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가상승률보다 예금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은 경우 돈을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를 본다. 장기로 갈수록 구매력이 떨어지므로 시간이 내 편이 아닌 자산운용 방법이다. 예금은 단기 유동성 목적으로 가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만성적인 자금부족으로 단기금리가 높아서 예금금리도 10%를 넘었지만 지금은 자금이 풍부하여 이런 일은 없다. 단기금리는 낮고 장기금리는 높다.
사기꾼 같지 않은 사기꾼이 가장 위험하다. 아무리 사기꾼이라도 그 사람 얼굴에 사기꾼이라고 씌어 있다면 별로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얼굴도 잘 생기고 착하게 생겼는데 사기꾼인 사람이 위험하다. 금융상품도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 상품은 피해가 덜 한데 안전한 것 같은데 실상은 위험한 것이 가장 피해가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그런 경우다. 주택담보대출이 기초자산으로 되어 있어서 큰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한 자산이 문제를 일으켰다. 정기예금도 오랜 기간 노후생활을 보내야 하는 경우 적합하지 않다. 단기적으로 안전한 것이 장기로도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에 적합한 자산으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 보유주택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집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며 살아가다가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이다. 100세까지 살면 자식은 70세가 넘어서 집을 받으니 별로 의미도 없다. 집을 그냥 가지고 있어봐야 노후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노후자산에서 주택의 비중이 높다고 해서 집을 팔고 세를 들어 가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되면 노후 생활이 더 불안해진다. 주택의 반을 떼어 내어 팔 수도 없다. 살고 있는 집 하나뿐인 사람은 보유주택을 잘 활용할 수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주택에 대한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집을 최후의 상속자산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생전에 충분히 활용하여 소득이나 편익을 얻는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남는 방을 단기 숙박으로 사용하거나 주택연금을 통해 집에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는 방법도 있다. 3억 원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 70세부터 주택연금을 받는다면 올 2월부터는 매월 93만 원 정도를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가 지급을 보증하므로 국채나 마찬가지다. 주택연금에 든다는 것은 주택자산을 국채로 바꾸는 것이다. 노후에 주택자산의 비중이 너무 크다면 주택연금을 통해 국채자산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소득도 생기도 자산구성도 노후에 맞게 안정시킬 수 있다.

넷째, 재테크를 통해서 노후를 대비하려는 전략은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재테크는 단기적인 것에 머무르기 쉬워서 장수사회에서 적합하지 않다. 계속 잘 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금이 좋다, 브라질 주식이 좋다, 유럽 주식이 좋다, 원유가 좋다 등의 올해의 유망한 종목 등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6년에 가장 성과가 좋았던 자산이 브라질, 러시아 주식이었는데 2015년이나 2016년 초에 이들 자산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 곳이 거의 없다. 매년 소수 테마에 집중하는 재테크 방식의 자산관리는 장수사회의 자산관리에 적합하지 않다. 자산운용을 잘하는 대가들은 자산이 훨씬 많이 분산되어 있다. 재테크가 아닌 자산관리의 구조를 먼저 짤 필요가 있다. 재테크에서 자산배분으로 옮겨와야 한다. 90년대는 주식 한 두 종목으로 돈을 벌려 했고, 2000년대는 펀드 한 두개로 돈을 벌려 했다. 이제는 다양한 자산을 잘 배분해서 수익을 얻어야 한다. 노후 자산관리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주식종목으로 고수익을 얻고 싶은 사람은 전체 자산의 10% 이내에서 여유자금으로 하는 게 좋다.

다섯째, 자식에 대해서는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기대조차 없애야 한다. 과거에는 부모의 수명은 짧고 자녀의 수는 많아서 부양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의 수명은 길고 자녀의 수는 급격히 줄었다. 환경이 산전벽해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은 성인자녀가 부모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패러사이트 싱글 혹은 부모에 기생하는 싱글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된장녀’라는 말이 있지만, 일본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의 돈으로 백화점 명품을 쇼핑하는 여자를 ‘기생녀’라 부른다. 부모 세대의 숫자가 많고 자식 세대의 숫자가 적을 때는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게 아니라, 부모가 오히려 성인이 다 된 자식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온다. 자녀 한 명에 부모 두명, 결혼한 가구 하나 당 부모가 네 명이 있는 상황이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적 보조를 해야 할지 모른다. 경제학자 사무엘슨(Paul Samuelson)은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에서는 시니어가 주니어에게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보았다. 게다가 저성장과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젊은 층은 가지고 있는 인적자산에서 소득을 얻지 못하니 생활이 어렵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자식에 대한 기대마저 없애야 한다. 혹 생각지 않게 자녀가 도와준다면 덤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안전하다. 근동 지역에서 술 부대를 가죽으로 만드는데 오래 되면 낡은 곳을 다른 가죽으로 갖다 대서 꿰맨다. 새 포도주나 새 술은 발효를 해서 기포가 생기면서 팽창한다. 그래서 술을 부대에 넣어 놓으면 술이 발효를 해서 팽창을 한다. 새 부대는 팽창해도 그 압력을 견디는데 낡은 부대는 팽창을 하면 덧붙여 기워 놓은 곳이 약점이 되어 봉제선 부분에서 압력을 못 견디고 터지게 된다. 얼기설기 덧붙여서 기워 놓은 것은 새로운 술을 감당하지 못한다. 옛 것을 이것저것 조금 바꾸어서 대응하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부적합하다. 아예 부대를 바꾸어버리는 게 낫다. 노후 삶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부동산, 예금, 자식, 재테크라는 기존 노후 자산관리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사회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우리의 노후 삶도 단기적인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있듯이 ‘구조변화에는 구조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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