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율의 창업 스토리
이승율의 창업 스토리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1.01.07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1)
(사진) = 이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
(사진) = 이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1.
중국 무협 소설을 읽다 보면, 무술의 최고 경지에 도달하려면 '생사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즉시 폐쇄되는 혈맥('임독양맥')이 있는데 이 관문을 뚫고 정진해야 마침내 최강고수(最强高手)로서의 공력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무협 소설에 나오는 그런 허황한 '생사관문'은 아니지만, 죽을 둥 살 둥 고비를 넘기다가 마침내 자발적으로 도전한 '부산충혼탑건립공사'라는 험난한 산을 넘고 나니 마치 내가 이 관문을 통과한듯한 특이한 느낌과 정신적 공력(?)을 얻게 되었다.  

이 말이 틀린 게 아닌 것이, 그 이후 어떤 어렵고 힘든 여건의 일을 만나도 하나도 겁이 나지 않았으며, 부닥치는 대로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습성이 붙었다. 공사의 난이도나 실행 조건의 유불리를 떠나 '일' 그 자체를 달성하는 데서 오는 재미와 보람이 더 컸다. 마치 무술인이 '무술' 그 자체를 즐기듯이 나도 사업가로서 '사업' 그 자체를 즐기며 일하는 게 자신의 정서에 걸맞고 자유롭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무척 초연해졌다. 특히 '돈' 문제가 그랬다.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벌면 버는 대로, 또는 손해를 봐도 그러려니 하고 담대하게 넘어갔다. 사업을 단순히 돈벌이로만 생각지 않고 인간에게 주어진 신성한 '가치행위'로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돈이 싫을 리야 없지만, 돈은 사업을 하다 보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돈을  유일 목적으로 삼아 인생의 승부를 걸기엔 너무 치졸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돈벌이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에게 매이는 일이 점점 싫어졌다. 사회적 관계를 지키고 존중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덕목이지만, 사람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치부하는 것은 내 양심상 허용할 수 없었다. ‘일은 일이고 사람은 사람이다’라는 생각, 즉 일과 사람을 구분하여 인간관계의 순수성을 지켜가면서 '할 일'을 다 하는 태도가 무척 귀하게 여겨졌다. '철학적 의협심'이랄까? 사람과 사람과의 순수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신실한 우애, 소통, 협력, 공감 등이 일을 통해 만나는 사회적 관계(갑, 을 관계)에서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할 '사회적 가치'로서의 맥락이라고 믿어졌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창업 이후 15년 이상 하청업무를 계속하면서 나름대로 지켜온 비즈니스의 모럴이었다.

  그러나 갑, 을 관계에서 그런 일이 평탄하게 유지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산화력, 삼천포화력 이후에도 한전에서 발주한 발전소 관련 조경 및 준공대비공사 일을 숱하게 했다. 큰일만 챙겨도 삼랑진양수발전소, 고리원자력#3,4호기, 울진원자력 #1,2호기, 한전 본사 사옥, 무주양수발전소, 분당열병합발전소, 영광원자력 전시관 및 #3,4호기 준공대비공사가 대표적이다.
그런 가운데 얼마나 많은 상관관계가 있었겠는가. 얼마나 술도 많이 먹고 돈도 많이 뿌렸겠는가. 이런 과정에 가장 싫었던 일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일' 그 자체는 좋아서 했지만, 그 '일'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날 때  나의 인격이나 인생 자체가 '을' 또는 '병'의 처지에 놓이는 게 너무 싫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하청 신세를 벗어나는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조경공사업 종합면허(1989년)와 토목건축업 면허(1994년)를 갖추어 작은 기업이지만 원청(도급업체)을 할 수 있는 종합건설회사로 탈바꿈했다. 그 희망이 이루어지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으며, 그 후 해외건설업(건설엔지니어링, 2003년), 산림사업(산림토목, 2013년), 주택건설사업(2015년)까지 갖추어 명실공히 종합건설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며 현업에 이르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일관되게 지켜온 두 가지 원칙적인 사업주제(Two subjects of business) 가 있었으니 그것은 집사람과 함께 하는 가족기업형 회사라는 하드웨어를 잘 지키는 일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이 토대 위에 어떻게 하면 이를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된 과제였다.  

최근에 이르러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해 본다. 나와 집사람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아왔는가?  자문해 보면 불행한 일도 많았지만 일(사업)을 통해서 두 내외가 한 몸처럼 일해 온 것은, 처음에는 부득이한 케이스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일과 삶'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융합체적인 시너지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흔히 말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 차원의 단순한 이분법적인 균형을 뛰어넘어, '일과 삶'이 서로 섞이고 상호작용하면서 삶이 일을 더 풍성하게 하고 또한 일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의 '워라하(Work-Life Harmony)로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면 그건 틀림없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말해줘야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해온 집사람에게 만분지 일이라도 그 사랑의 빚을 갚는 셈이 되리라!  

큰아들(이동엽 원장)과 같이 설립한 참포도나무병원도 이런 측면에서 아주 행복한 프로젝트다. 가족 기업형의 병원으로 의료기술과 서비스와 미션 마인드가 함께 어우러져 '일과 삶'이 대를 이어 유기적으로 상호 연계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모 된 입장에서 너무나 행복하다. 그러나 이런 가족 기업형 회사나 병원이 더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나름대로 특별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원리적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하겠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팬테믹으로 인해 기업의 위험관리 중요성과 더불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이행하려는 시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참고로 1987년 유엔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가 제시한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결합해 21세기 기업경영의 메가 트랜드가 됐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가족기업'도 앞으로, '백년 장수기업'을 목표로 지금까지 연마해온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뒤안길을 돌아보니 모든 게 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어진다. 비닐하우스 생활을 하면서도 믿음의 절개를 지킨 집사람의 기도와 간구에 응답하신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었으면 도저히 일어날 수도, 살 수도 없었으리라! 그 긴 세월의 고난과 역경이, 지금은 복이 되어 오히려 신앙 가족공동체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통로가 되어 주었으니 '고난이 유익이라'라는 성경 말씀이 그대로 믿어진다. 그런 뜻에서 그동안 40여 년에 이르는 건설업 기간에 특별히 생각나고 간증할 만한 일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혹시라도 '나의 창업 스토리'를 읽고 자기 앞의 인생에 가로 놓여 있는 '생사관문'을 통과하기를 원하는 분이 계시면 서슴지 말고 자신에게 이렇게 소리치며 뛰어나가기를 권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격언이 자신을 이김으로써 마침내 세상을 이기는, 하늘로부터 공급되는 '절륜한 공력'이 되리라 믿는다.  

#2.궁정동 무궁화공원
1993년 3월 초, 김영삼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사업이다.  옛 중앙정보부의 궁정동 안전가옥(5채)을 철거하고 시민휴식공원을 만드는 일이다.
6월 말까지 완공해야 하는 긴급 공사로 발주되었기 때문에 시공자가 설계안을 내는 '턴 키'(일괄도급)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에서 청와대 내 공사 경험이 다수 있으며 '턴 키' 실적이 있는 종합조경면허업체로 입찰 제한을 했다. 3개 업체가 지명입찰에 응했고 그중에 우리 회사(반도조경건설주식회사)가 포함됐다. 공사비도 적지 않았지만, 문민정부 출범 후 첫 청와대 발주(경호실)공사인 데다 그곳이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기에 누구나 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프로젝트였다.  

입찰 일정이 공지되었는데 하필이면 우리 내외가 조용기 목사님(여의도순복음교회)의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성회 수행 기간과 겹쳤다. 집사람에게 입찰 업무를 내가 챙겨 볼 테니 당신 혼자서 성회 다녀오라 하고 일렀다. 그런데 막무가내였다. 해외 성회를 수행하는 기관인 여의도실업인선교회에서 기획팀장으로 봉사하던 때였다(나는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1990년 1월 초 오산리금식기도원에 갔다가 예수님을 만났다). 집사람은 하나님과 약속한 일이니까 무조건 성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도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람에 입찰 업무를 몽땅 직원들한테 맡겨 놓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 후 성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경유지인 파리에서 하루를 묵고 떠나는 날, 그날이 입찰일이었다. 우리 내외는 조 목사님께 기도 요청을 했고 함께 갔던 실업인선교회 임원들께도 합심기도를 부탁했었다. 우리가 파리(Charles de Gaulle)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절차를 밟고 있는데 서울 본사에서 입찰 담당 상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회장님! 우리가, 우리가 낙찰됐어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란 말이 절로 터져 나왔다. 

 

 

(다음 호에서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91 (D.B.M빌딩) 601호
  • 대표전화 : 02-6925-043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아영
  • 법인명 : 엠지엠그룹(주)
  • 제호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 등록번호 : 서울 다 10890
  • 등록일 : 2014-08-28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겸 편집인 : 전병호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h8601@naver.com
ND소프트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