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범부(凡夫)의 새해 소망
어느 범부(凡夫)의 새해 소망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1.01.22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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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경영학 박사前) 우리은행 지점장
(사진) = 나병문
경영학 박사
前) 우리은행 지점장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2021년(辛丑年)은 ‘하얀 소’의 해다. 온몸이 하얀 이 소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에게 닥친 변화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철저하게 강제된 변화였다. 오랫동안 인간들의 등쌀에 신음하던 자연의 역공(逆攻)이었다. 그동안 지구의 주인임을 자처해온 종족의 허약한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불쑥 찾아온 역병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쩔쩔매는 인간들의 모습은 보기에도 측은할 정도였다.

새해에는 보다 밝은 소식들을 접했으면 좋겠다. 너 나 할 것 없이, 몸과 마음에 칙칙하게 배어있는 무기력함을 툭툭 털어버리고 힘차게 기지개를 켰으면 좋겠다.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  

지난 연말에 황당한 기사 하나를 보았다. 어느 신부님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서 일어난 일이다. 외제 승용차를 타고 온 모녀가 도시락을 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고 한다. 예산이 모자라서 배고픈 이들에게 줄 것도 부족한데, 두 개씩이나 가져가겠다면서 “왜 차별하느냐”라고 따졌다는 것이다. 그 모녀에겐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재미 삼아 해본 짓일까? 배고픈 사람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찌 가난한 이의 생명과도 같은 끼니를 탐한단 말인가. 

새해엔, 제발 그와 같은 장면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기야, 먹고살기 힘든 이들에게 염장 지르는 인간들이 그 모녀뿐이겠는가. 우리 주위엔 그런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널려있다. 사회 곳곳에 갈등과 반목이 퍼져있다. 통합과 협력 대신에 분열과 대치가 세상을 뒤덮고 있다. 뿌리 깊은 부조리(不條理) 현상이 심각하다. 21세기의 문명국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끄러운 행태들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그들은 바람직한 방향의 반대쪽으로 질주함으로써 사회를 혼란케 하고 있다. 평균적인 국민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인사들이 나라를 이끈답시고 설쳐대는 모습이 심히 마뜩잖다. 입만 열면 국민 운운하면서 자기 이익을 탐하는 모리배(謀利輩)들도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자기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남의 공을 가로채기에 바쁜 족속들은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백성들의 가슴이 편한 날이 언제였던가. 새해엔, 지도층부터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이 더 이상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기를 바란다. 물론 하루아침에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한 번 더 속는 셈 치고, 가진 자들과 힘 있는 인사들의 통렬(痛烈)한 각성을 촉구한다.

세상을 지키는 사람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편의점 직원은 손님을 기분 좋게 만든다. 닳아진 구두 굽을 갈기 위해 찾아간 구둣방 주인의 친절함 뒤에는 장인(匠人)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순댓국 한 그릇으로 허기뿐만 아니라 허전한 마음까지 달래주는 사장님의 표정은 언제나 푸근하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하철 역내(驛內)를 쓸고 닦는 미화원의 당당한 걸음걸이가 아름답다. 그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연말이면 잊지 않고 불우이웃 돕기에 나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이야기는 늘 감동적이다.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처지에 힘든 이웃을 돕겠다며 내미는 손길은 눈물겹다. 평생 모은 재산을 학교에 기부하는 노인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 이들은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조차 꺼리고 쑥스러워한다. 그들이야말로 이 땅의 진정한 빛과 소금이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것도 그런 분들의 덕분이다. 
  
돈과 권력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시간에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며 세상 구석구석을 훈훈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늘 밝고 긍정적이다. 누가 알아주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 그들처럼,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사람들,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멋진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글쓰기 입문(入門)

이태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어쩌다 한 번씩 쓰긴 했지만, 제대로 시작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개설했다. 지난여름엔 ‘이달의 블로그’에 선정되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깊어진다. 쓸수록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정진할 것이다. 이제야 무언가에 빠져드는 기쁨을 알았으니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고 싶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붓을 움직여볼 생각이다. 훗날, 울림이 있는 글을 쓴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다. 글을 쓰면서 사색의 깊이를 더하고, 그렇게 깊어진 사색을 오롯이 글로 표현하고 싶다. 그러면서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 

붓끝에 힘이 붙는 날이 온다면, 삶에 지쳐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다. 그와 관련된 명저(名著)들을 분석하고 녹여내어 많은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낙담하는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고단한 어른과 쓸쓸함에 젖어있는 노인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몸과 마음의 건강

갈수록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것을 실감한다. 심신 불가분(心身不可分)이란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할 것 같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아픈 것도 잠시 잊게 되지만, 몸이 불편하면 모든 게 귀찮고 짜증이 난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 정신이든 육체든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순간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나이 들면 피할 수 없는 게 노화현상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어디 몸뿐이랴,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던 기억력도 쇠퇴한다. 건망증으로 인해 생활의 리듬과 균형이 깨진다.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처리하던 간단한 일 앞에서 끙끙대며 버거워한다. 일 처리 능력뿐만이 아니다. 심한 경우엔 성격마저 변한다. 사고의 유연성, 관대함과 배려심을 잃어간다. 공감 능력, 양보심, 측은지심도 사라진다. 모든 게 순식간에 변해버린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이들도 안타깝다. 

다행히 아직까진 아픈 곳이 없음에 감사한다. 내려놓는 연습이 주효했을까? 전에는 참지 못했을 상황에도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자신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은 여전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욕심 없이 살아가며, 죽는 순간까지 아이의 천진함을 간직하고 싶다. 

날마다 소중한 하루  

우리가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이유는,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듣는 ‘백세시대’ 같은 말들은 자칫 인생이 무한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하루가 전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별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가 모여서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평생의 세월도 순간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은 평범하지도 당연하지도 않다. 오늘은 수많은 날 중의 하나가 아닌 특별한 날이다. 어떤 날도 오늘을 대체할 수 없다. 그런 날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은 엄청난 낭비다. 살다 보면 나태해지기도 하고, 때론 어려운 상황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며 푸념을 일삼거나, 자신은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며 징징대는 건 옳지 않다.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언젠가 오늘을 그리워하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걸 명심하라.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싶다. 평범한 일상으로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자연의 노여움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똑똑히 보았다. 하나 얻은 게 있다면 잃었던 겸손함을 되찾은 것이다. 참으로 귀중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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