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내재가치와 사상누각이론
암호화폐의 내재가치와 사상누각이론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1.06.1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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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3일
문종진 (강소기업경제연구소 소장, 연세대 출강, 전 명지대교수)
(사진) =
문종진 (강소기업경제연구소 소장, 연세대 출강, 전 명지대교수)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지난 2017년말 과열과 다음 해 폭락을 보여온 암호화폐(가상화폐 또는 가상자산) 시장은 재차 회복세를 보이다가 2020년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한 해 동안 600% 이상 수익을 실현했다. 암호화폐는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다. 안전자산과 신기술의 모태라는 자기실현적기대(self- fulfilling expectation)로 거래액이 금년 1월중 292조원, 2월중 463조원 3월중 731조원으로 폭등했다. “묻지마 사재기”의 결과로 몇 년 전까지 용처를 알 수 없었던 알트코인(비트코인외 암호화폐)들의 암호화폐 시가총액 점유비율도 과거 10% 정도에서 5월 17일 현재 60%이상을 점유하는 등 우려스러울 정도다. 암호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 시세는 금년 4월 14일 6만 4829 달러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후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 일론 머스크의 시세조정발언, 중국정부의 가상화폐 발행 및 거래금지에 이어 전면 채굴금지조치 발언, 미국정부의 1만달러이상 거래시 당국에 보고의무화 등 세계각국 정부의 규제강화 움직임 등으로  1달 사이에 51%가 넘는 급락세를 보여 5월 19일 3만 1663달러까지 빠졌다. 20일 현재 4만 달러에 거래되면서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들도 동 시장에서 빠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시세 조정국면에 진입해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 결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국내증시로의 자금이동으로 투자자 예탁금이 5월 13일기준 3월말 대비 13.5% 증가한 71조 607억을 기록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급등락 현상은 내재가치가 있다면 나타나기 어렵다. 알트코인들도 하락세를 추종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내재가치가 없고 별다른 공급서비스가 없으며 개발과 활용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금이 몰려 이들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상회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5월 11일 기준으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156조원으로 페이스북을 상회했고, 이더리움은 507조원으로 삼성전자 484조원을, 말도 많은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76조원으로 제약회사인 모더나의 71조원을 앞서고 있다. 한컴이 간접투자한 아로와나는 지난 4월 싱가포르 우회상장 국내코인으로서 1달사이에 1000배로 상승해 시총 15조원을 기록했으나 구체적 사업계획 미비지적으로 현재 1조원대로 급락했다.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 대신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9월 24일부터 정식 거래소신고제를 실시하고 양도차익에 대해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가 화폐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걸까?. 화폐의 기능에는 본원적 기능과 동 기능에 근거한 파생기능이 있다. 먼저 본원적 기능에는 길이, 부피, 무게 등의 측정 단위처럼 회계단위기능과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함에 있어 교환의 매개체 기능이 있다. 단 이러한 기능은 안정된 구매력을 유지할 때 교환의 매개체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파생기능에는 이연된 부채의 지불수단인 이연지불표준(standard of deferred payments)수단과 가치저장(store of value)수단 또는 구매력의 은신처의 기능이 있다. 전술한 기능은 회계단위 또는 교환매개체로써 인정받을 때 비로써 저장수단으로도 쓰이게 된다. 최근 암호화폐 시세의 급등락 현상을 볼 때 상당수의 암호화폐는 화폐의 기능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롬 파월 미연준 의장도 “암호화폐는 결재 수단 아닌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고 결재 수단으로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도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상품권이나 포인트 사용용도의 token형이나 증권형 암호화폐는 동 서비스가 원활하게 공급되고 수요된다면 그런 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 내재적가치가 없고 객관적 가격산정기준 및 공급량 조절기능이 부재한 상태에서 투자자의 기대, 규제환경의 급변, 시장 상황 악화 등이 발생하면 불가피하게 가격 급등락 현상이 나타난다. 동 시장에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확대되고 금융자산 또는 기존 금융기관과의 연계성이 커지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높다. 여타 수단보다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써의 경쟁력이 약하며, 향후 블록체인 참여자 사이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면 적절한 조정 메커니즘이 없다는 단점도 있다.
비트코인은 기존 주식과는 달리 용어, 지표, 운영 메커니즘이 생소하여 기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어떤 자산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시현하여 왔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전통적인 가치평가 방법으로는 합리화 되기 어렵다. 현재의 가격이 합리적 수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학계에서 많이 이용되는 내재가치 분석( intrinsic value analysis)을 통해 가상화폐를 평가해 보자. 동 분석은 암호화폐가 미래에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매년 발생하는 수익 규모와 성장성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해 내재가치를 산정한다. 암호화폐 그 자체로는 어떠한 수익도 창출하지 못하고 정부가 일정구매력을 보장하지도 않으며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없다. 오히려 분산장부를 확인하고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위한 유지비용 및 채굴비용이 소요될 뿐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동 비용이 최소 2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시장가격이 동 비용 이상 유지되어야만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돌아간다. 상당수의 암호화폐가 구체적인 서비스나 매출이 실현된 곳이 많지 않고 현재 개발중이거나 중단된 곳도 많다. 기술적인 가치가 있어도 시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당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는 없게 된다. 따라서 이들 자산의 내재가치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혹자는 벤처나 인터넷 관련 IT기업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잣대보다는 네트 효과로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로 측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전통적 평가(valuation)이론과는 다소 결을 달리한다. 비록 현재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네트워크상 접속자수, 거래실적, 지갑수에서 우위를 점하면 먼 미래에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된 개인이 연결되면서 개인의 효용증가를 상회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네트워크 평가방식에는 Sarnoff, Metcalfe, Odlyzko, Reed 등이 있다. Sarnoff는 일반적으로 공급하는 한쪽 방향 네트워크 방식이지만, Metcalfe 는 비선형 모델로써 인터넷, SNS에서처럼 양방향에서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 가치평가에 많이 이용된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자체적으로 3차 반감기에 들어서면서 공급상의 애로와 함께 트랜잭션 한도에도 직면하고 있어 전술한 문제를 조기에 어떻게 개선하느냐 여부에 따라 내재가치의 향방이 달려있다. 가상화폐는 시스템 유지를 위한 전력이 과도하게 소요됨에 따른 반환경적 비판과 규제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면 채굴관련 비트코인의 1년간 전력사용량이 말레이시아나 스웨덴의 사용량과 맘먹는다. 매우 환경파괴적이다.

그러면 암호화폐 현 시세는 버블인가 아닌가?
암호화폐 가격에 대해 신기술의 잠재력을 반영한 적정가격이라는 견해와 내재가치 불문하고 집단 군중심리에 의해 높게 가격이 형성된 거품이라는 견해로 양분되고 있다. 대부분 ICT 기술계통 종사자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 포함된 지식과 기술을 강조하나 새로운 기술도 시장 확장성이 없으면 사업의 지속성이 담보되기 어렵다. 투자환경의 급변으로 인내심을 잃은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거품은 터지게 된다. 
케인즈는 1936년 주가가 군중심리에 의해 사상누각처럼 올랐다가 꺼지는 현상을 사상누각이론(castle-in-the-air-theory)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내재가치에 근거하여 투자하기보다 앞으로의 사람들의 추가 투자행동을 예측하여 투자한다는 이론이다. 투자대상에 대해 내재가치 불문하고 남들보다 미리 매입하면 새로운 매입자가 나타나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greater fool theory). 투기의 개념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통상 투자대상의 내재가치가 “0” 이거나 “마이너스”임에도 일시적 가격상승을 노려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즉, 주식의 내재가치 3~4배를 주고 매입하더라도 5~6배를 주고 살 사람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암호화폐 시장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는 가장 권위가 있거나 오피니언리더의 의견쪽으로 일치감을 형성하는 집단의견수렴 현상이 나타난다(convergence of crowd opinion). 투자를 잘못 결정했을 때 닥쳐오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더욱더 집단의 의견은 일치하게 된다. 이는 의사결정 책임으로부터 “피난처” 역할도 하기에 개인이 혼자 투자결정할 때와 달리 황당한 가격에도 매입결정을 내리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버블사건의 이면에는 일확천금(instant wealth)을 노리는 탐욕과 지나친 낙관주의, 자신의 투자능력에 대한 과신 등이 존재한다. 심리전 요인에 의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은 반드시 꺼지게 되어 있고 과열 전 수준으로 회귀하게 된다. 

과거 대표적 광란의 버블사건으로는 1634~1637년사이에 일어난 네덜란드의 튤립열풍, 1720년대의 영국의 남해기업버블, 1970년대의 핵심우량주 버블, 1990년대의 일본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버블, 1990년대 후반의 미국 나스닥시장 버블, 2007년도 미국 subprime 주택시장 버블 등을 들 수 있다. 과거 투기열풍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투기는 대부분 호황국면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으려는 투자자에 의해 시작된다. 암호화폐의 가격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자기완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실현과정을 거쳐 가격상승으로 몰아가면서 더 많은 사람이 투기열풍에 사로잡힌다. 가격의 적정성 평가 시에도 이번에는 정말 과거와는 다르다고 하면서 전통적 평가 방식 대신 현재의 가격을 합리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들이대며 투자를 합리화한다. 버블당시 대부분의 경우 유동성이 풍부했고 투기의 끝 무렵에 가격 급등현상이 나타났으며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예로서 4월 24일 암호화폐 하루거래액이 28조원으로 코스피의 16조원, 코스탁의 14조원의 합에 맞먹는 거래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1/4분기중 4대 암호화폐거래소의 거래액은 1486조 2770억원에 달하고 있다. 분기중 생산활동과 무관한 분야에 1년간 국민 총생산규모의 75%를 상회하는 자금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매우 비정상적이다. 이밖에도 즉각적인 부의 축적과 탐욕에 빠진 사람들이 존재했다. 사회적으로도 오를 대로 오른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소외된 그룹들이 높은 실업률 하에서 해방구로 광란의 투기현장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의 1/4분기중 신규 가입자수가 249.5만명이며 이중에서 20~30대가 전체의 63.5%를 점하고 있다. 1년새 20대의 마이너스 통장잔액이 75%나 급증했고 주식투자 참여자비율도 39.2%에 달했다. “영끝, 빚투”로도 내집 마련이 요원해진 20,30대가 벼락거지 위기감을 느끼면서 주식을 거쳐 암호화폐로 불나방처럼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적으로 정부가 이들에게 제대로된 일자리를 제공해주지 못한 책임도 크다. 

그렇다면, 버블은 왜 반복될까? 주식시장에 경험이 많은 사람은 퇴장하고 계속 젊은 사람이 시장에 합류하여 주력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이에 대해 뉴욕시립대 교수 폴 크루그먼은 비트코인은“새로운 신도들이 계속 들어와 영원히 살아남는 사이비 종교와 같다.”고 하고 사기이자 거품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암호화폐는 4차산업혁명의 총아라 불리는 분산형 인증시스템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가동하는데 필요함으로 계속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거래중간단계에서 투기판으로 전락한 변동성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투자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동 서비스의 항구성,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발행시 대체가능성, 기존기업간 출혈경쟁 우려,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제공서비스의 차별화와 비용 우위 전략의 존재유무에 따라 향후 동 시장의 존폐여부가 달려있다. 투기적 거래보다 구체적 서비스 제공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도록 지도해 나가야 한다. 현재 거래소별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장기준에 대해 표준지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고 부당내부거래 및 공시기준을 증권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하는 한편 거래소에 고객알기(KYC)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거래폭증시 서버중단에 따른 책임과 소관부처를 명확히 해 문제발생시 책임소재를 확실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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