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최장수' 전경련 회장 총대 멘 허창수…"어깨 무겁다"

후임 물색 난항에 연임 결심한듯…'적폐' 위상 회복이 최우선 과제

2019-03-04     한지혜 기자

(서울=파이낸셜리더스) 한지혜 기자 =

(서울=파이낸셜리더스) 한지혜 기자 = 허창수 GS]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기에 빠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구원 투수'로 다시 나선다. 전경련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제58회 정기총회를 열어 허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2011년부터 8년째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 회장은 이번에 유임함에 따라 37대 전경련 회장으로서 다섯 번째 임기(2년)를 시작하게 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977∼1987년)과 함께 전경련의 '최장수 회장'으로도 이름을 올린다.

이미 허 회장은 2017년 2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시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데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회장직을 고사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연임했다. 이번에도 새로운 사령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전경련의 상황을 고려해 한 차례 더 회장직을 맡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회원사와 재계 원로들의 의견을 두루 경청한 결과 허 회장이 재계 의견을 조율하면서 전경련을 재도약시키고 우리 경제의 올바른 길을 제시할 최적임자라는 데 뜻이 모였다"고 전했다.

허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회원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으로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며 "또 한 번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전경련이 혁신안을 발표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아직 국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앞으로 국민들과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지금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소통하며 사회통합을 이뤄가야 할 때"라며 "전경련도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전경련의 올해 4대 중점사업 방향으로 ▲ 저성장 극복과 지속가능 성장 ▲ 일자리 창출 ▲ 산업경쟁력 강화 ▲ 남북경제협력 기반 조성을 제시하면서, 경제 활력을 살리는 일에 국민들의 관심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전을 주문했다.

또 한 번 전경련을 이끌게 된 허 회장 앞에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적폐집단'으로 몰리며 현 정부 들어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청와대 신년회,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서 줄곧 소외됐다. 이 때문에 '전경련 패싱'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재계 소통창구로서의 입지를 상실하며 약화한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게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 회원사들이 연이어 탈퇴한 데다 입주사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심화한 재정난도 문제다. 여기에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60%가량 쪼그라든 인력 규모 역시 전경련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경련은 2017년 3월 내놓은 혁신안에서 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고 경제인이 아닌 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단체로 쇄신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