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떠날라”…정부·여당 불끄기 총력

노무현정부 트라우마 맞물려 위기감…’설익은 정책’ 발언들에 시장혼선도 장하성 ‘강남’ 관련 언급에 신창현 신규택지 공개 논란 겹쳐 김태년 “모든 메뉴 테이블 위에 올려 논의”…당정, 내주 부동산대책 발표

2018-10-02     박주연 기자
장하성

서울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에 집권 2년 차로 접어든 여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 악화 등으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꺾여가는 상황에서 집값 안정화 실패로 민심이 등 돌리면 문재인정부 2년 차 국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여권 내부에서는 노무현정부 시절 ‘버블 세븐(7)’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악몽이 재연하면서 오는 2020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벌써 나오고 있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으나 집값 오름세를 제어하지 못했고, 이는 지지층 이탈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새 부동산대책 발표에 앞서 최근 정부와 여당이 앞다퉈 시장에 정책 신호를 보내는 등 총력을 다하는 것도 하루가 멀다고 치솟는 집값을 일단 잡아두려는 다급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 간 ‘정책 엇박자’ 논란을 빚어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최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른바 ‘핀셋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주문한 것과 관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급격히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결이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등록 임대주택 세제 혜택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도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채 나와 논란을 키웠다. 당장의 대응에 부랴부랴 나서다가 정부 부처는 물론 청와대, 여당 사이에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잇따른 모양새다.’ 이에 더해 장 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나아가 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공개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것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설이 흘러나온 것 역시 최근 부동산 문제에 대한 여권의 강박증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신창현 의원을 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는 등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죌 태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6일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한다. 통일된 의견을 말하도록 모두 유념하라”고 당부한 것은 최근 집값 문제를 두고 이렇듯 우왕좌왕하는 여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중 당정협의 방식을 통해 새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9일 “이번 주 안으로 당정 협의로 종합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일단 모든 메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확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안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발표 전까지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구체적 대책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