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는 대리운전이 안된다?

대리운전기사는 대리 차량이 렌터카 차량인지 알 길이 없어…

2020-10-30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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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셜리더스) 이은서 기자 = 대리운전기사 A씨는 대리운전 콜을 받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대리운전을 하던 중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하필 상대 차량은 고급 외제차였지만, A씨는 대리운전업체에서 소개한 보험 회사에 가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A씨 앞으로 당시 사고비용 중 일부인 12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장이 날아왔다. A씨는 사고 차량이 렌터카였다는 사실을 소장의 원고란에 적힌 '렌터카공제조합'이란 이름을 보고 나서 알았다. 

이들이 대리운전기사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렌터카약관과 임대차계약서 때문이다. 약관과 계약서에는 '제3자 운전금지 조항'이 있다. 이는 대리운전기사를 부른 손님(임차인)이 해당 차량의 운전을 제3자에게 맡기면 안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대리운전 업체에서 소개한 보험회사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처장은 “3자 운전금지를 인지하고 지켜야 하는 것은 임차인이고, 렌터카공제조합이 구상금을 청구할 대상은 임차인과 대리운전 계약 관계에 있는 대리운전 중개업체인데도 편의상 가장 약한 주체인 대리운전 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구자룡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부장은 "대리운전 기사에게 산재보험의 문을 열어주는 등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민간 보험인 자동차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꼴"이라고 말했다.

렌터카의 차 번호는 '허','하','호'로 시작되어 번호판만 봐도 렌터카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리기사들은 콜을 받을 때, 해당 차량의 번호가 뜨지 않아 차량이 렌터카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현재 대리운전업체들은 "모든 렌터가가 제3자 운전 금지 조항에 해당되는게 아니다."라며 "대리운전 콜을 받을 때 차량 번호가 뜨게 하는 방식은 고객이 싫어한다."는 대답으로 일관하며 번호판이 뜨게하는 방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