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교수의 '실패한 리더의 조건 '
이민 교수의 '실패한 리더의 조건 '
  • 김지현기자
  • 승인 2026.03.17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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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셜리더스)

유방(劉邦)이 항우(項羽)를 이기고 천하를 재패한 후 축하연에서 신하들에게 물었다. “내가 천하를 얻고 항우가 실패한 까닭을 아느냐?” 한 장군이 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폐하는 오만하지만 마음이 관대해 전리품들을 모두에게 나눠주고 독차지하지 않으셨습니다. 항우는 정이 많지만 의심이 많아 공적과 전리품을 모두 독차지했습니다.” 유방이 말했다.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전략전술을 세우는 데는 나는 장량(張良)을 따르지 못한다. 내정을 통치하는 능력에서는 소하(蕭河)에게, 군대를 지휘하는 능력에서는 한신(韓信)에 미치지 못한다. 이 세 사람은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인재들이다. 다만 나는 이들을 쓸 줄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천하를 잡았다. 항우에게도 인재가 많았지만 한 사람도 제대로 쓸 줄을 몰랐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는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했다. “리더는 추종자들을 거느리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리더십의 다섯 요소를 제시한다. “첫째,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사람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셋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넷째, 사람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다섯째, 이 네 가지를 실행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국 송나라 주자(朱子)가 엮은 《송명신언행록(宋名臣言行錄)》에 나오는 얘기다. 당대의 명재상이던 여몽정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나는 매우 무능하다. 다만 한 가지 능력만 있다. 그것은 인사를 잘 하는 능력이다.” 그는 늘 수첩을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새로운 관리를 만날 때마다 그의 특기와 장단점을 파악하여 기록해뒀다. 특정 인물에 대해서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 이름을 적어두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든 적소(適所)에 적재(適材)를 기용할 수 있었다. 

유능한 리더는 사람을 잘 골라 쓴다.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라도 측근들과 부하들의 도움 없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어디서나 사람을 쓸 때 중요한 것은 ‘적재를 적소에 쓰는 것’이다. 닭에게는 새벽 시간을 알리게 하고, 고양이에게는 쥐를 잡게 해야 한다. 완전무결한 인재는 없다. 사람은 쓰기 나름이다. 서툰 일꾼이 연장 탓만 한다. 훌륭한 목수는 나무의 안 좋은 부분을 자르고 좋은 부분을 살려서 쓴다. 흠이 있든 없든 쓰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물론 리더 자신이 현명하지 않으면 좋은 인재를 분별할 수 없고, 훌륭한 조언도 쓸모없게 된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14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서 0-10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패배의 첫 원인은 선수 고르는 눈이 없었던 감독의 무능함이다. 세계 무대에서 통할만한 투수도 없었거니와 엔트리 후보 중 낙마를 대비하는 플랜B(유격수는 딱 1명)도 마련하지 못했다. 총체적 난국은 함량 미달의 감독이 제공했다. 적재적소의 선구안은커녕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도, 전술도 없었다. 두려움의 얼굴로 어떻게 전쟁과 같은 경기에서 선수들을 지휘한단 말인가. 

스포츠뿐만 아니라 한 나라와 교회의 지도자는 먼저 사람 보는 안목이 구비되어야 한다. 모든 경기와 단체의 운영은 인사와 조직이 첫 출발점이다. 교회의 지도자가 쌍욕설로 목회를 하니 한국교회가 쌍욕을 얻어먹는다. 썩어빠진 꼰대 리더십의 목회자가 교회를 망친다. 교회 스스로 사람을 보는 능력이 없으니 인재(人才)를 발굴할 수 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인재(人災)다. 좋은 인재의 조건은 시대와 백성을 향한 간절함, 일머리와 디테일의 유능함, 일관된 정체성, 그리고 인격적 성품이다. 리더의 조건도 똑같다.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인재 등용에서 갈린다. 진보는 사람을 키우는 일을 가장 우선시한다. 자기편으로 판단되면 돌보고, 관리하며 키워준다. 인재를 영입하고, 짐을 서로 진다. 하지만 썩은 보수는 동역자가 없다. 어려울 땐 못 본 척 해버린다. 키우지 않고 버린다. 돌보지 않고 외면한다. 썩은 보수는 절대로 진보를 이길 수 없다.

예수는 그물질밖에 할 줄 모르는 투박하고 혈기 넘치는 베드로를 제자 삼으시고 결국 순교자로 만드셨다. 베드로는 실수는 많았지만 아가페 사랑으로 순교자가 되었다. 이처럼 예수의 제자들은 가룟 유다를 빼놓고 전부 순교하였다. 예수의 선구안이 옳았다. 예수 리더십의 기초는 사람을 고르는 안목에 있었다. 스데반이 사울의 돌에 맞아 죽으면서까지 천사의 얼굴을 한 까닭에 사울이 회심할 수 있었다. 사도 바울의 신학은 스데반에게서 시작되었다. 예수는 사도 바울을 변화시켰고, 사도 바울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예수 사역의 핵심은 천국 복음을 전파하며 제자들을 비롯한 사람을 키우는 일이었다. 이것이 복음이다. 

출처 : 기독교한국신문(http://www.cknews.co.kr) 

글쓴이 / 이민

기독교한국신문 논설위원, 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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