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북방정책과 북한의 경제총력노선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북한의 경제총력노선
  • 전병호 기자
  • 승인 2018.06.19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수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대통령직속 북방경협위 전문위원
박종수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대통령직속 북방경협위 전문위원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북한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당면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일한 출로로 한국의 2월 평창올림픽을택했다.

북한의 평창전략은 결국 성공했고,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탔다. 북한은 4월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천명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불과 70여일 만에 평양→평창→평화의집에 이른 것이다. 정상회담후 채택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공동선언"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바야흐로 한반도는갈등을 넘어 평화의 시대로 접어 들었다.

분수령은 6월 12일 싱가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이다. 준비과정에서 북미간 치열한 삿바싸움이 전개되고있다. 예상했던 대로 북핵 폐기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폐기(CVID)를 넘어서 영원한 폐기(PVID)를 주장하고 북한은 미국의 확실한 안전보장(CVIG)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간 접점을 도출하기 까지는 적지않는 진통도 예상된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북미회담은 성사될 것이며 비핵화의 합의점도 찾을 것이다. 그 접점은 트럼프가 미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아 11월 중간선거 및 2020년 재선에 승리할 수있다는 확신감을 갖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북미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다음 수순은 미국의 김정은 참수작전 등 대북 군사옵션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난해 러시아의 KGB 요원들을 초청해 만반의 신변 안전대책을 강구해 왔다. 최근에는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해 그간 소원했던 북중관계를 복원했다. 어떤 형태든 대북 군사작전은 북한의 보복과 확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은 본질적으로 위험 수용적(risk-acceptant) 체제이기 때문에, 만일 미국이 군사행동을 개시하면 전면적이고 죽기 살기 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트럼프로서도 이대로가 더 좋을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 순방 때 536조원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일즈던트’(세일즈맨과 프레지던트 조합)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러한 실익을 버리고 군사옵션의위험을 감수할까?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이 끝나면, 남북한 교류협력 뿐만아니라 미·중·일·러 등 주변국의 대북경제협력도 가속도를 낼 것이다. 이와관련,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9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이다. 신북방정책의 요체는 북한을 고립·포위하는 기존의 북방정책과는 달리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위해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나인브릿지 프로젝트로 구체화되며 북한변수와 무관하게 추진될 수있다. 그러나 대북경협이 본격 추진될 경우에는 상당한 탄력과 함께 한반도의 신경제지도를 무변광대로 확장시키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왜?

첫째, 남·북·러 3대 Mega-Project(TSR·TKR, PNG망,전력망)는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대한반도 정책을 투사하는 통로이며, 한국의 경제건설과 대륙진출의 출로이다. 3대 프로젝트는 모두 북한의 동의와 참여가 전제돼야 하며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야할 ‘통일 그랜드 플랜’이다. 사업 성격상 논리적 순환구조에 놓여 있어 동시병행 접근이 바람직하며, 최소한 다른 사업과의 연계하에 융합적·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우선 사업은 북한의 철도 개·보수다. 이 프로젝트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한 최적의 지렛대다. 왜냐하면 철도는 인구 밀집지대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푸틴과 김정일은 2001년 8월 모스크바 정상회담때 철도 개보수및 TSR-TKR 연결에 합의했다. 그 후 북·러 간에는 4차에 걸친 북한 철도 정밀실사(2001~2003년)와 나진-하산 구간 개통(2012년) 등 성과가 있었다. 이어 2014년부터 북한 철도 현대화에 착수함으로써 비록 완만하지만 양국 간 합의는 이행돼 왔다. 가스관 사업은 이명박 정부때 남북한·러 3각 협력으로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전력망 연계사업은 러시아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직전까지 극동-나진 구간을 전면적·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최근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의 상용화로 이 프로젝트의 전망은 밝다. 동해선과 경의선 복원작업과 병행추진된다면 더욱 효율적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정부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지역을 선점함으로써 이 지역 진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주변국에 대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중·일·러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이 지역을 평화·공동번영의 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러시아 측의 후보지와 전기·수도·가스 등 인프라, 북·러 간 노동협정에 기초한 북한 측의 노동력, 우리 측의 자본과 기술 등 3각 협력방식으로 우선 추진하되, 장기적으로 GTI 회원국이 참여하는 국제 평화지대로 확대·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가 연중 열리고 극동·시베리아가 블루오션으로 부상한다. 극동·시베리아는 남한 면적의 70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이다. 자원의 보고이지만 개발가치가 별로 없고 인구도 650만명 밖에 안되는 영구동토였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간 거주지역으로 변모하고, 북극항로의 연중개방에 의한 21세기 물류혁명시대와 태평양 연안항구의 개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극동·시베리아의 부상은 한국에게는 다양한 ‘기회의 창’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극동·시베리아가 그 중심에 있다. 유라시아 대륙은 지구 육지 면적의 40%, 세계 인구의 70%, 세계 국내총생(GDP)의 60%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또한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원으로서, 정보통신기술(ICT)로 대표되는 디지털 한국의 실크로드로서, 중동을 대신하는 건설·플랜트 시장으로서 21세기 한국경제의 출구이자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셋째, 러시아 푸틴 정부는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성공적 개최후 신동방정책을 표방했다. 곧바로 이를 전담할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2015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동방경제포럼(EEF)을 플랫폼으로 삼고, 일종의 경제특구로서 19개의 ‘선도개발구역’과 극동 연안 15개 항구를 ‘자유항’으로 지정하고 토지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극동헥타르법을 제정했다. 국내외 투자자에게 토지 이용, 인허가 절차, 각종 세제 등에 있어서 파격적인 특혜를 제공한다.

푸틴의 신동방정책은 18세기초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표트르 대제가 최서단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해 서구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소위 ‘유럽을 향한 창’으로 삼았듯이, 푸틴도 최동단블라디보스토크를 강대국 재건의 전초기지로서 ‘아시아를 향한 창’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처럼 러시아가 역내에서 핵심적인 지정학적 행위자로 부상하고자 동원하는 경제적 지렛대는 한국의 존립과 국가 번영에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철도·전력·광물·식량 등 전략재다. 이 정책이 우리의 국익과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될 때에는 주저없이 공명할 필요가 있다.

넷째, 러시아 극동지역은 역사적·지리적으로 한민족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조선 후반기에 함경도에 기근이 들면 월경해서 농사를 지어 굶주림을 면했던 곳이 연해주 땅이다. 처음에는 계절농사를 짓다가 186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구한말 서세동점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종은 375일간 아관망명을 통해 외교적 숨 고르기를 했고 일제병탄을 전후해서 선조들이 항일독립운동의 의지를 다졌던 곳도 바로 극동·시베리아 땅이다.

한국은 경제규모 12위 중진국이다. 북한은 사실상 9위 핵보유국이다. 서세동점기의 소용돌이 속에 함몰됐던 구한말과는 비교할 수 없다. 더 이상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운명을 반복할 수는 없다. 고래는 싸움만 하는것이 아니라 춤도 춘다. 남북한이 한반도의 운전대를 함께 부여잡고 균형자적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춤추는 고래들과 함께 유영하는 강소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이 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의 주장처럼, 한반도의 중심축 국가(Pivot state)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6.13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남한의 신북방정책과 북한의 경제총력노선이 선순환적으로 작동하는 한반도의 봄을 고대한다.

(글쓴이 = 박종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91 (D.B.M빌딩) 601호
  • 대표전화 : 02-6925-043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아영
  • 법인명 : 엠지엠그룹(주)
  • 제호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 등록번호 : 서울 다 10890
  • 등록일 : 2014-08-28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겸 편집인 : 전병호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h8601@naver.com
ND소프트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