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일밖에 몰랐구나?
정말 일밖에 몰랐구나?
  • 전병호 기자
  • 승인 2020.03.1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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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진 금융연수원 강사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교수
최동진 금융연수원 강사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교수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요즘 퇴직을 앞두고 있는 선·후배들을 만나보면 퇴직 후 본인들의 모습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앞으로 뭐하지. 뭐하면 좋겠어. 생각해 둔건 있어. 장사나 하지 뭐. 어떻게 되겠지 등..

그러고 보니 본인도 84년에 은행에 들어가서 2017년 퇴직을 할 때까지 쉼 없이 앞 만보고 달려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나 자신에게 조금 칭찬을 해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은행에 다니는 곳 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내 꿈은 선생님 아니면 대학 교수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 당신에는 직장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내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33년 세월 그 시간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꾸준하게 내 자신의 꿈을 위하여 또 나의 제2의 인생을 위하여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강의를 나가고, 책을 쓰고, 하루하루를 전투적으로 살아왔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 시절에는 참 힘들고 고단했지만 퇴직을 하고 난 후에도 강의실에서, 또는 서재에 앉아 내가 하고 싶어 하던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 그 간 고생이 보람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금전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어릴 적 꿈을 간직한 모습에 나 스스로 대견해 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치열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치열한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 봐야 하는 시간 온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치열했던 직장생활” “인생의 한참 나이에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 과연 이 모든 시간의 삶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논어 위정(爲政)편에 보면 공자의 말씀 중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이 있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吾十有五而志于學 오십유오이지우학]

서른 살에 자립했으며

[三十而立 삼십이립]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게 되었다

[四十而不惑 사십이불혹]

쉰 살에 천명을 알았고

[五十而知天命 오십이지천명]

예순 살에 귀가 순해졌으며

[六十而耳順 육십이이순]

일흔 살에 마음 내키는 대로 했으나 법도를 넘지 않았다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

 

이를 두고 우리는 15살을 지학(志學), 30살을 이립(而立), 40살을 불혹(不惑), 50살을 지천명(知天命), 60살을 이순(耳順), 그리고 70살을 종심(從心)이라고 부른다.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을 하였다는 것은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의 사이 어딘가를 걷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하늘의 뜻을 알고 어떤 말을 들어도 쉬 이해가 되고 어떤 말에도 그다지 흔들림이 없는 나이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행해도 세상의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나이를 지나고 있어야 하는 우리의 삶은 정말 知天命 이며 耳順 인가.

퇴직을 하고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막막함을 통해 知天命 도 아니고 耳順 도 아닌 오히려 우리의 두 번째 삶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나는 나에게 은퇴 후의 삶에 대해 물어보는 지인들에게 이 시를 보내주곤 했다.

 

아버님의 일기장

 

아버님 돌아가신 후

남기신 일기장 한 권을 들고 왔다.

모년 모일 “종일(終日) 본가(本家)”

“종일 본가”란

하루 온종일 집에만 계셨다는 이야기다.

이 “종일 본가‘가

전체의 팔할이 훨씬 넘는 일기장을 뒤적이며

해 저문 저녁

침침한 눈으로 돋보기를 끼시고

그날도 어제처럼

“종일 본가”를 쓰셨을

아버님의 고독한 노년을 생각한다.

나는 오늘

일부러 “종일 본가” 해보며

일기장의 빈칸에 이런 글구를 채워넣던

아버님의 그 말할 수 없이 적적하시던 심정을

혼자 곰곰이 헤아려 보는 것이다.

- 이동순 “가시연꽃”

 

이 시를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겠다.

프로이드는 행복의 조건으로 일과 사랑, 이 두 가지를 꼽았다고 한다. 여기서 일이란 금전적 요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에 대한 요건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정말 일 밖에 몰랐구나.” 하는 삶을 살았다면 나 자신을 돈 버는 기계로 생각하지 말고, 나만의 멋과 매력을 가꾸고 악기도 하나 연주해보고, 가족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연습과 실천도 해보고, 내 어릴 적 꿈도 찾아보고, 혼자 사는 연습도 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 까!

인생의 두 번째 삶이 꼭 금전적으로 풍요로워야 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 꿈을 찾아 세상을 유람할 수도 있고, 자연의 풍요로움과 함께 할 수도 있고, 지난 번 보다 더 치열한 사회 속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삶을 위해서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제 2의 인생을 위한 “투자”다. 우리가 제 1의 인생을 위해 대학 까지 공부했다면 제 2의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공부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 같다.

(글쓴이 = 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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