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뚫은 혁신성장 아이콘…'대어' 없이 흥행할까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뚫은 혁신성장 아이콘…'대어' 없이 흥행할까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2.01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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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 사업자 선정…잠재후보군 눈치보기
"네이버 등 빠져 마이너리그" vs "페이스북·유튜브가 인뱅하나"

(서울=파이낸셜리더스) 한지혜 기자 = 차세대 은행 서비스, 즉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이 시험대에 섰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 이은 제3·제4 인터넷은행 선정 절차가 본격화한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금융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정책, 나아가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주력 사업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인터넷은행을 '내 손안의 은행'으로 표현했다.

"인터넷은행 규제 혁신은 금융 분야와 신산업의 혁신성장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물줄기가 될 것"이라며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 법(red flag law)'까지 예로 들었다.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자는 의미로, 문 대통령의 역설은 여권 일각과 시민·노동단체의 필사적 반대를 뚫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금지)에 예외를 두는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한달여 뒤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혁신성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진정한 금융 혁신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은 이렇게 혁신성장과 규제 완화의 '아이콘'이 됐다. 특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금융당국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설명회를 열었고, 총 55곳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을 통해 확인한 참가 명단을 보면 '대어급'이 빠져 당·정·청의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일단 불참 의사를 밝힌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8개 대형 법무·회계법인을 통해 분위기를 타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금감원 출신 법무법인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질문했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4∼5월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설명회의 참석 여부가 인가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설명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정보가 제공된 것도 아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ICT 기업들의 혁신적 서비스 모델이 제시될 경우 충분히 흥행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설명회에 참석한 주요 ICT 기업은 다우기술, 핀크, 티맥스, 인터파크,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등이다. KT, 한국오라클, LG CNS 등 대기업·외국계 ICT 회사도 모습을 보였다.

이들 기업은 "스터디 차원", "동향 파악", "모델하우스 관람" 등의 표현으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컨소시엄 구성이나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초기 단계에서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참가 기업들은 물밑에서 다양한 형태의 '합종연횡'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뱅이 일으켰던 여·수신과 결제 서비스의 '돌풍' 가능성을 엿보려고 주요 은행·카드사들이 참여한 대목도 눈여겨 볼만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를 고려하면, 이번이 은행업 진출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며 "'막차' 타려는 곳이 의외로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은행 추가 선정사업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인터넷은행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혁신성이지, 이름값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다만 인가신청 경쟁률이 턱없이 저조하거나, 기준 미달 등으로 사업자 선정이 불발되는 최악의 상황에선 정치적 역풍도 상당할 전망이다.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반대를 무릅쓰고 문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한 혁신성장의 상징적 사업이 좌초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모든 게 흐릿한 밑그림 단계라 성패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조만간 게시할 'FAQ'와 질의응답 등을 통해 잠재적 후보군의 진정성이 파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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