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자기계발
퇴직 후의 자기계발
  • 전병호 기자
  • 승인 2018.10.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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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경영학 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나병문 경영학 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이 글은 지난 글 ‘퇴직 후의 마음경영”에 이은 2탄이라 할 수 있다. 퇴직 후 3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저 ‘소일’만으로 보낼 수 있는 세월은 아니다. 평균수명이 70살이던 시절에는 그게 가능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개인의 발달이 멈추면 안 된다.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문제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퇴직 후에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리매김하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이미 수없이 다루어졌던 주제라서 참신한 발상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저마다 처한 사정도 다를 것이니 그저 참고만 하면 될 듯하다.

자기계발이란 자신의 잠재력이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활동을 말한다. 자기의 소질에 맞고 즐거운 일을 찾아내어 몰입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는 과정이다. 자기계발을 통하여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체험을 하게 된다. 외부에 책임을 돌리던 자세에서 벗어나 비로소 의연하게 ‘나’를 정립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지난날의 경력이 아니다. 나를 자신 있게 나타낼 수 있는 무언가를 한 가지 이상 갖추게 되면 퇴직 후의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 교수는 ”노후의 가장 훌륭한 대책은 뭔가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전제다.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그것이 퇴직 전과 크게 다르다.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은퇴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축복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느 정도의 재능이나 소질이 있는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다음에 언급할 ‘수준’과도 연결이 된다. 먼저 왜 그것을 배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자기계발의 목적에 따라 선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자신만을 위한 것인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나 봉사활동을 위한 것인지, 또는 경제활동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순수하게 자신만을 위해서 하고 싶었던 일을 배우는 것은 본인의 심신건강에 유익하다. 서예, 악기연주,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내면을 풍요롭게 하고 정신세계를 맑고 깊은 곳으로 이끌 수 있다. 요가, 헬스, 등반, 달리기 등을 통하여 젊고 건강한 심신을 만들 수 있다. 어떤 것도 좋다. 그것에 몰입함으로써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멋진 선택이다.

다음으로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다. 봉사야말로 은퇴자들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길이다. 태어나서 경험하고 배워온 능력을 발휘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행위를 통해서 얻는 보람과 성취감은 본인을 행복하게 해준다. 봉사활동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요구되는 능력이 본인의 경험과 지식만으로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봉사단체 등과 협의해서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지 결정한 후에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능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두 경우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갖는다. 대개의 경우 사회에서 인정하는 학위나 자격증 등의 습득이 필요하다. 자기계발을 통하여 새로운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에 관한 사례는 적지 않다. 개그 분야의 예를 들어보자. 젊은 시절 인기 개그맨으로 유명했던 김병조씨가 요즘 대학에서 ‘명심보감’ 강의를 통하여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한다. 개그맨 시절에 남을 웃기지 못하여 무명에 가깝던 정성화씨는 어떤가. 지금은 뮤지컬계의 빛나는 스타가 되었다. 개그우먼 출신 중에서 기자로 활약하거나 중국어 강사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그들은 어떻게 그런 성취를 거둘 수 있었을까.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결과다. 전에 속했던 분야에서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금융권 출신 중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여러 명 알고 있다. 바람직한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런 선례들이 우리를 고무시킨다. 후배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목표수준 정하기
퇴직 후에 자기계발을 한다고 말하면 막연하게 악기 연주를 배운다거나 서예학원에 다니는 것을 떠올린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자기계발’은 가벼운 취미활동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다시 말하면 취미활동 중에도 단순히 혼자 즐기는 취미가 있고 어떤 경지에 다다르고 싶어서 공부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일 경우에는 수준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스스로 즐거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자일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더 높은 수준을 추구할 수도 있다. 어느 분야이든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엄청난 투자를 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 새롭게 무언가를 공부하면서 그런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분수에 맞지 않은 목표를 세우는 것은 허세나 객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자기계발의 수준을 입문 단계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짧은 시간 내에 습득할 수 있다면 목표로서의 의미가 없다. 적어도 몇 해에 걸쳐서 정진해야 이룰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사회에서도 인정해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자기계발에 쓸 시간이 많이 주어졌다. 원하는 수준의 목표를 세워서 천천히 정진하다보면 아득히 높아보이던 신세계에 다다르게 될 날이 온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금은 100세 시대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시작을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경쟁력 있는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해본 사람들은 그 과정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만큼 가치가 있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공부하기
잘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어릴 적 취업준비 할 때 공부하던 것처럼은 아니더라도 나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습득해가야 한다. 시간 날 때마다. 설렁설렁해서는 어림도 없다. 시작하지 않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앞에서 제시한 두 가지 기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 을 염두에 두고 리스트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우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목표가 명확해진다. 그것을 기간별, 분야별로 정리해보자. 언제까지 어떤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한다든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공부를 시작하자. 묵묵히 멈추지 말고.

활용하기
어렵게 습득한 능력을 사장시키거나 허비한다면 배우지 않은 것과 다를 게 없다. 스스로 만족하는 단계를 넘어서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자극과 행복을 주는데 활용해야 한다. 먼저 경험하고 먼저 배웠으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이 확대 발전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기쁨도 맛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봉사할 기회가 많다. 혼자 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주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배우면 반드시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마치며
퇴직을 하고나면 자기계발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재직 중에는 타율적이긴 하지만 쉬지 않고 뭔가를 배우며 살아왔다. 그러나 누가 시키지 않는 상황이 오면 두뇌 활동도 쉬고 싶어 한다. 이거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 <뇌, 생각의 출현>의 저자 박문호 박사는 ‘뇌의 본질적 기능은 환경에 적응하는 운동의 생성’이라고 주장하며 ”뇌는 목적이 없으면 빈둥거린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수록 ‘腦活動’을 왕성하게 하자는 말이다.

(글쓴이 = 나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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