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는 미중 상호관세가 당장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오래갈수록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민관합동 실물경제 대책회의’를 열고 미중 상호관세가 우리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미중 양국은 기존 관세에 추가로 오는 24일부터 각각 2천억달러, 60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 회의에 참석한 8개 업종별 단체는 대체로 이번 상호관세에도 대중·대미 수출에 큰 영향이 없지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교역 위축에 따라 수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는 반도체를 주로 사용하는 PC와 스마트폰이 미국의 대중 관세 품목에서 제외돼 수출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세계 전자제품의 40∼50%를 생산하는 중국의 투자가 위축되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D램 모듈은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으며 우리 기업은 생산 전환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다. 디스플레이는 최대 수요 품목인 LCD TV, 노트북, 모바일 기기가 미국의 관세 품목에서 제외돼 대중 수출에 영향이 거의 없으며 우리 기업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 대부분도 중국 내수용이다. 가전·정보기기는 컴퓨터 스피커와 프린터 부품 등 컴퓨터 주변기기에 사용되는 일부 중간재의 대중 수출 감소를 예상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냉장고와 에어컨이 미국의 대중 관세 대상에 포함돼 이들 품목의 대미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자동차는 중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없으며, 부품 수출도 중국 현지 완성차업체 납품용으로 관세 영향이 미미하다. 다만 무역분쟁의 중장기 영향으로 중국 내 소비가 둔화하면 한국산을 포함해 자동차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철강은 주력 수출품목인 냉연과 도금강판 등 판재류가 중국 내 자동차 산업 등 내수용으로 사용되고 현지 투자기업의 생산량 대부분도 중국 내수용이라 영향이 미미하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중국 내 자동차·건설 경기가 하강하면 장기적으로 철강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기계는 미국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생산 대부분이 각국 내수용이라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설비투자 위축 우려가 있다. 석유화학은 관세 대상에 포함된 플라스틱 가공제품, 합성섬유, 고무 등 석유화학 제품에 중국 내 생산에 사용되는 한국산 원료 비중이 2∼10% 정도로 낮아 영향이 미미하며 현지 투자기업 생산도 대부분 내수용이다. 섬유소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지만 이미 우리 업계가 의류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급속히 이전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며 일부 섬유소재는 가격경쟁력이 향상돼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