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 사태를 경험하며
개 구충제 사태를 경험하며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 승인 2020.02.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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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고창만)
(글쓴이 =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고창만)

(서울=파이낸셜리더스)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 개 구충제 (Fenbendazole) 이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하여 난리다. 우리나라에서는 모 개그맨이 복용중이며 폐암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여 기름을 붓게 되었다. 의약계에서는 개 구충제를 항암제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오히려 얘기치 않은 부작용을 촉발하여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암 환자들은 여기에 개의치 않고, 개 구충제가 동이 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개 구충제 사태의 발단은 십여 년 전에 동물관련 학술지에, 생쥐에 주입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미국에서 암에 대한 개 구충제의 작용을 추적하는 임상시험이 시행되었으며, 이 임상 시험은 1100 여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지만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 참여하였던 환자 중 한명인 말기 폐암 환자가 완치되는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와 같은 완치 효과를 본 사람이 임상 시험에 참여하였던 1100여 명 중에 40 명에 이른다고 하였다. 이 환자의 사연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여기저기에서 나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동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동영상들은 퍼지고 퍼져서 우리나라에 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효과를 보았다는 환자가 개 구충제를 복용하면서 동시에 면역 항암제를 같이 복용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또 다른 환자는 얼마 가지 않아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제시되고 있다. 결국 개 구충제가 진짜로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진위 여부는 앞으로 계속 추적이 이루어 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의 사태는 암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암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생각하면, 그 어떤 가능성이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추적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제약 관계자들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항암제라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이 막대한 금전적인 가치를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조그만 가능성이라 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세포 수준으로 한정하면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효과가 없다는 보고도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포 수준이 아닌 성체의 수준에서는 아직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비록 현재까지는 세포 수준에서의 이야기 이지만 암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생각할 때, 개 구충제의 항암 작용의 여부는 관심을 가지고 계속 추적하여볼 필요가 있다고, 세계 최고의 과학 분야 학술 잡지인 “Nature” 지는 2018년에 과학계의 기사를 인용하며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사태를 접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환자들의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함이다. 얼마나 절박하면 개 구충제라도 붙잡고 의지하고 싶어지겠는가? 실제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어차피 마땅한 치료가 없다면 나라도 구입하여 시도해 보겠다며 동정을 표시하고 있다.

물론 환자들의 절박함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개 구충제의 항암 효과는 1100여 명 중에서 40 명에게만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 구충제의 경우 간 기능 장애, 골수 억제로 인한 조혈 기능 억제 등 부작용과 독작용이 매우 많으며 그 강도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치명적인 상태에도 이를 수 있다. 오죽하면 사람에게는 허용하지 못하고 개나 가축에게만 사용을 허락하였을까 하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유뷰브에서 말하는 정도의 확률이라면 실제 항암 치료 효과를 얻기도 전에 부작용 독작용으로 위험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월등히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실제로 개 구충제를 복용한 환자들이 간 기능 손상을 입어 응급실 등을 찾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료계의 보고가 이미 제시되고 있다.

개 구충제를 암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얻을 수 있는 효과 즉 암 치료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보다 크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 점은 개 구충제 뿐 만 아니라 모든 약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요구 사항이다. 개 구충제를 암치료에 사용할 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보다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로 나에게 효과가 있으며 너에게도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100 이면 100 다 효과가 나타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여도 투여받은 사람의 대부분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 구충제의 경우 1100여 명 중에서 40명에게서만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그 확률이 너무 작다는 점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어차피 다른 마땅한 치료가 없는 마당에 이판사판 아니냐는 주장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개 구충제를 투여하기에 앞서 적어도 효과를 본 40명의 환자가 나머지 1000 여명의 효과가 없었던 환자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었는지 규명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개 구충제가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상자를 그렇지 못한 대상자로부터 구분해 내는 기본적인 전재가 된다. 다시 말해 항암 효과는 나타내지 못하고 부작용 독작용만을 나타내게 될 환자에게 개 구충제를 투여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들 환자들에게는 개 구충제가 치료제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독약이 되기 때문이다. 효과가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 독약을 투여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다른 치료가 없는 것이 아니다. 말기 폐암의 경우 제시되고 있는 새로운 치료법들이 다수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잘 아는 소설가이자 정치가이었던 김 한길씨도 폐암 4기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중 새로 개발된 항암 면역 요법제의 임상 시험에 참여하여 기적적으로 완치를 이루어 건강한 삶을 되찾은 사실은 매스컴을 통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어차피 다른 치료법도 없는데 이거라도 해보는거지 뭐 어때 하는 관점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개 구충제를 암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두 번째 요건은 당연히 그 약의 부작용 독작용이 명확히 규명되어, 투여 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부작용 독작용 보다 월등히 크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듭 얘기해서 아무리 효과가 있다 하여도 실제루 투여하면 부작용 독작용 때문에 효과를 보기도 전에 환자를 잃게 된다면 그 것은 약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개 구충제 복용으로 간 기능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의료계의 보고를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개 구충제를 암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세 번째 요건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강도의 효과를 항상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 효과가 통제가 가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약의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한 양을 투여할 때 얼마만한 강도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하는 용량과 효과의 상관관계 확립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얼마만한 용량 이상이 되어야 최소한의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지, 한 걸음 더 나아가 얼마만한 용량 이상이 되면 부작용 독작용이 나타나게 되는 지 등이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수준이 되어야 우리는 비로서 약의 효과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즉,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효과의 강도가 부족하면 용량을 늘려주고, 부작용이 나타날 것 같으면 용량을 줄인다든지 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면서 환자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 시키게 되는 것이다. 약의 효과가 통제되지 못 한다면 그 것은 시한폭탄과 다를 점이 없는 것이다.

주위에서 보면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암환자가 아니면서도 개 구충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사람은 무언가 환상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 몸을 위해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는 환상적인 상상 보다는 과학적인 근거에 눈을 돌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약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명확한 이해를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약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명 현상을 변동시키는 화학 물질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어떠한 형태로든지 생명 현상을 변동시키게 된다. 이 중에서 일부는 그 강도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강력하여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질병이라고 한다.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을 포함하여 어떤 것들은 그 작용이 통제 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것들 중에서 강도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충분히 강한 것들을 약으로 사용한다. 즉, 질병으로 생명 현상이 억제되면 오히려 그 생명 현상을 항진시키는 물질을 투여하여 생명 현상을 정상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질병으로 생명 현상이 항진될 경우에는 억제하는 물질을 투여하여 생명 현상을 정상의 수준으로 환원시켜 주는 방식으로 약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강도가 질병을 정상으로 환원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하여야 한다는 점이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될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그 작용 강도가 매우 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울러 그 작용 강도가 음식보다는 강하지만 질병을 치료하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 이들을 건강 보조 식품으로 분류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음식물이나, 건강 보조 식품 역시 필연적으로 부작용 또는 독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음식의 경우에는 그 해가 나타나는 경우보다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항상 먹고 있다. 건강 보조 식품 역시 복용할 때 부작용 또는 독작용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그 빈도나 강도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식약처에서는 별다른 제재 없이 복용을 허용하는 것이다.

약을 복용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얻어지는 이득이 예상되는 폐해보다 크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약의 경우는 그 폐해가 음식물이나 건강 보조 식품보다는 훨씬 크기 때문에 예상되는 이득과 폐해의 비교를 일반인들이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전문가 즉 의사에게 위임하여 그 사용을 관장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처방이란 약의 사용을 제한적으로 의사에게 위임하는 법적 권한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의사는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벗어나서 약을 처방함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폐해에 대해 그 책임을 지어야 하는 의무가 뒤따른다. 환자는 약을 사용할 때 예상되는 이득과 폐해의 판단을 의사에게 의뢰하면서 그 대가를 의사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약을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을 환자가 고민하는 것은 의사가 해야 할 고민을 사서하는 어리석음을 의미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약을 사용하는 것은 의사의 도움을 통해 폐해보다 더 크고 나은 이득을 얻는 길이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설명한 요건들을 생각할 때에, 아무리 말기 암 환자라 하더라도 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지,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것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냉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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