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박주연 기자 =‘여성 영화가 씨가 말랐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최근 여배우를 내세우고 여성 서사의 집중한 영화들이 하반기 극장가를 꽉 채웠다. 제작비가 대거 투입된 대규모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작품 수가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2019년 하반기 여성영화의 포문을 연 건 지난 10월23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렸다.
정유미는 김지영 역을 맡아 전작의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벗고 밀도 높고 섬세한 감정 연기를 표현했다. 개봉 전 성(性)대결을 야기한 문제작으로 시끄러웠지만 성별을 떠난 한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을 상쇄했다. <82년생 김지영>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1월 극장가를 꽉 잡고 있다.
정유미의 배턴을 받은 다음주자는 이하늬다. <블랙머니>(정지영 감독)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금융범죄 실화극.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에서 화끈한 연기변신에 성공한 이하늬는 냉철하게 판단하고, 쿨하게 인정하고, 화끈하게 거래하는 슈퍼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로 분해 당찬 매력을 선보인다. 11월 13일 개봉.
<윤희에게>(임대영 감독)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 영화의 타이틀롤 윤희 역을 맡은 김희애는 일상의 무게를 벗고 딸의 제안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린다. 다시 만나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용기 낼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 늦가을 시즌에 걸맞은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11월 14일 개봉.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나를 찾아줘>(김승우 감독)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다.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 이후 무려 14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 정연으로 분해 ‘금자 씨’ 못잖은 강렬한 캐릭터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11월27일 개봉.
<나를 찾아줘>와 같은 날 관객을 만나는 영화 <감족같은 그녀>(허인무 감독)는 72세 꽃청춘 말순(나문희) 할매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 공주(김수안)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막히고 수상한 동거를 그린 작품.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깊은 여운을 안겼던 나문희는 철부지 할매 말순 역으로 분해 유쾌한 웃음과 뭉클한 눈물을 선사할 예정이다. 나문희는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한다. 내가 캐릭터에 대해 완벽하게 알아야 그 감정을 잘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에 들어가면 다른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며 열정을 선보이기도. <부산행>을 통해 눈도장을 찍었던 아역배우 김수안과의 호흡이 기대를 모은다. 오는 12월4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