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정다연 기자 = 국내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가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침체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업계의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꺼리는 '자금난'에 대기업 재직자와 취업 준비생은 안정성을 고려해 스타트업 취업을 꺼리는 '인력난'까지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양극화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3일 스타트업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을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창업자 166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을 비롯한 대기업 재직자 500명, 취업준비생 200명 등 총 1,116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먼저 응답자들은 올해 스타트업 분위기를 작년(73점)보다 다소 낮아진 71점으로 매겼다. 스타트업의 주요 인재풀(pool)이었던 대기업 재직자들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

이들은 '창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한다'(42.4%)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한다'(17.6%)는 응답에서 작년 대비 모두 줄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들이 바라보는 스타트업에 대한 '불안정·불투명' 이미지도 작년 6.2%에서 올해 22.6%로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광현 고려대 교수는 "대기업 간 혹은 외국계 기업 간 이직 시장은 아직 활발한 편이지만 직접 창업을 하는 것에는 관심이 떨어졌다"면서 "최근 '하이브리드 앙트프러너십(entrepreneurship·기업가 정신)'이라고 대기업에서 퇴사해 스타트업을 하기보다는 '사내벤처' 같은 시스템을 통해 안정성과 기회를 다 잡는 모습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도 스타트업으로 이직·취업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45.1%)이었다.

반대로 스타트업들도 인재 채용이 다소 경직됐다. 창업자들은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시급하게 개선돼야 하는 점으로 '기반자금 확보, 투자 활성화'(46.4%) '우수인력 확보'(36.7%)였다. 코로나 때문에 스타트업의 두 축인 ‘돈’과 ‘사람’ 확보가 모두 어려웠다는 뜻이다.

지난해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 스타트업 '토스'가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전(前) 회사 연봉의 1.5배, 최대 1억원의 보너스를 내건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창업·스타트업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의 자금난에 대해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투자자들이 3~4년 후 미래를 보기 보단 당장 투자해 2~3년 안에 (결실을) 뽑아내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 창업동아리 출신인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 역시 "우리도 투자를 유치 중인데, 코로나 때문에 3~4개월씩 일정이 밀리고 있다"며 "코로나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구도가 되다보니 투자업계에서도 시간을 두고 '옥석 가리기'를 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됨에 다른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양극화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고 잘 버티면서 주 52시간 근무에 월급도 많이 주는 더 좋은 직장이 됐고, 스타트업은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의 모습이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창업자들이 코로나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실물경제 악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 혹은 "코로나에 따른 시장 변화가 스타트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스타트업 창업자 58%는 "내년 창업 생태계 분위기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코로나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자금 확보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들의 개방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나 정부 지원은 더 확대되는 등 스타트업 업계는 더 성숙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또 조 대표는 "세계적 경기 불황으로 모험 자본은 줄고 안정 자본으로 투자금이 쏠리고 있고 이는 이직·채용 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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