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심정으로...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심정으로...
  • 전병호 기자
  • 승인 2019.12.04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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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금융해설사·50+ 사회공헌단 장애인금융상담
김애란 금융해설사·50+ 사회공헌단 장애인금융상담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25년간 다녔던 은행을 명예퇴직으로 그만 둔 후 인생 2막은 사회공헌을 하면서 살아보는 것이 의미 있고 좋을 것 같아 노인 복지관, 경로당, 다문화가족 지원 등 봉사활동 할 곳을 기웃기웃하며 찾던 중에 전국퇴직금융인협회에서 금융해설사를 뽑는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금융해설사가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할 것이라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내가 원했던 일이라 생각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자격시험에 응시하여 금융해설사가 되었지요.

전국퇴직금융인협회에서 금융해설사를 대상으로 서울시 50+재단에 파견할 금융상담사 공모를 하는 것을 알고 공모에 지원하여 ‘장애인 금융상담 ’컨설턴트로 선정 되었습니다. 서울시 50+재단에서 주관하는 50+생활금융교육 사회공헌단은 금융권 퇴직자 및 관련 전문성을 갖춘 50+세대의 역량을 활용하여 중증 장애인, 어르신 등 지역사회 내 금융지식 취약계층 및 관련정보 서비스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생활금융 교육과 멘토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기간 은행을 다니면서 습득한 금융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누군가에게 전달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상담 대상이 장애인이라는 것에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은행에 다니면서 주로 담당했던 업무가 은행에 불만을 토로하는 민원고객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업무였으며 장애인 고객들도 간혹 담당했기에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 금융상담 활동은 2인 1조로 하게 되는 데 나와 함께 활동하실 선생님은 성격이 급하고 다소 즉흥적인 면이 있는 나와는 달리 차분하고 침착하시며 신중하신 선생님 이셨습니다. 그래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주실 거 같아 한결 마음이 놓이고 좋았습니다. 

우리가 금융교육을 할 대상자는 구로구 자립생활지원주택에 거주하는 뇌병변 1급 장애인과  관악구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었습니다.
뇌병변 1급인 A양은 공동자립생활주택에서 7년을 거주하고 이제는 독립하여 혼자 살기 위해 자립에 필요한 기초생활 금융교육을 받고자 상담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그동안 살아오면서 장애인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볼 기회가 없었기에 뇌병변 1급이 어떤 상태 인지 지적 장애라는 것이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교육대상자로 선정이 되었다면 어느 정도 인지능력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서울시복지재단과 50+재단에서 실시한 장애인에 대한 사전교육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용기를 갖고 힘차게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자립생활 지원주택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를 먼저 만나 각 장애인들에 대한 신상과 원하는 교육내용, 주의사항 등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두 명의 담당 코디네이터들의 일치된 의견은 너무 기대를 크게 갖지 말라, 많은 교육을 원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은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에 늘 사람을 그리워하니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동무나 해주면 좋겠다 등등
코디네이터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금융해설사의 주된 역할이 금융교육을 통해 금융지식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많이 알려주려고 하지 말라. 그냥 말동무나 해주면 좋겠다고 하니.

교육을 위해 나름대로 수신, 여신, 예금자 보호법, 전기통신금융사기 등등의 정보와 자료준비를 꼼꼼히 해 놨는데. 도대체 그러면 무엇을 알려주면서 교육을 하라는 것인지. 대략난감 했으나 일단 교육 대상자를 만나 상태 파악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첫 번째 만남은 구로동에 사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A씨 이었습니다.
A씨는 51세의 여성으로 몸이 굳어지는 강직으로 인해 팔과 다리가 뒤틀려있고, 누워서만 생활하는 신체장애인 입니다.

처음 A양을 보았을 때 거실 바닥에 덩그러니 누워서 팔과 다리로 버둥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에 아연실색 하였습니다. 정말 기본적인 생리현상만 가능할 것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어떻게 교육을 하며, 또 상담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는 강한 의문에 상담교육을 신청한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코디네이터와 신청을 받아준 서울시복지재단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첫날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A씨가 하는 말을 통역 받아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다음시간부터는 금융상품과 제도, 효율적인 소비 등등 교육할 내용들을 알아들었는지 못알아들은 것인지 확인도 못한 채 줄줄이 교육내용만 알려주고 나온 것 같습니다.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몸도 못 움직이는 사람이 어떻게 혼자 살겠다고 자립을 한다는 것인지 또 무엇을 가르치라는 말인지 등 도통 의문투성인 상태에서 두 번째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아녀하세여” 라며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큰 소리와 함께 온 몸으로 인사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 안녕하세요? A씨, 잘 지냈어요? 라면서 구부러져 펴지지 않는 손을 잡고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밝고 명랑하게 인사하며 맞아주는 A씨 때문에 온갖 의문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음의 빗장이 활짝 열리게 되었습니다.

파트너 선생님과 나는 먼저 우리들이 계획한 수업보다는 A씨가 원하는 내용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원하는 수업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솔직히 코디네이터 말처럼 그냥 말동무나 해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 외에 큰 기대를 갖지 않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첫 요구사항이 ‘예금자보호법’과 분산투자 시 어느 금융기관이 좋은 지, 또 예금자보호 금액을 초과할 경우 어떻게 자금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A씨의 요구사항에 파트너 선생님과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띵 했습니다.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 없어 수차례 되묻기도 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이해는 했지만 분명히 질문의 내용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사항을 서툴지만 분명하게 요구하였고, 알려주면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 수업부터는 A씨의 요구사항과 자립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금융지식 및 일반 상식 교육을 진행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음악, 독서도 함께 병행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교육이 지출내역을 보면서 효율적인 지출이었는지를 살펴보고 함께 대화하면서 기록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에는 계획 없이 돈을 써 왔는데 기록을 함으로 인해 아이스크림, 콜라, 과자 같은 간식비가 줄어들었고, 물건을 살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어 충동구매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출이 평소보다 많은 날은 지출내역을 기록해 주시는 파트너 선생님께 돈을 많이 써서 죄송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비록 스스로 글을 쓰지 못하고 서툴게 말은 하지만 일반인들보다도 인지능력이 뛰어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매우 우수함을 알게 된 파트너 선생님과 저는 매 상담교육 때마다 A씨가 요구하는 책을 읽어준 후 줄거리와 느낀 소감을 이야기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 하였습니다. 또 우리의 신분이 금융해설사이기에 이에 걸맞게 화폐의 변천사, 국가별화폐의 종류와 생김새 등을 알려주는 등 금융교육도 열심히 했습니다.
어느덧 4개월이 다 되어가는 요즘은 서로 눈빛과 말투만 들어도 컨디션이 어떤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부정확한 말도 이제는 제법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A씨가 임대주택에 당첨이 되어 그토록 바라는 자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결혼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새로 살림살이 장만하는 기대에 부풀어 기뻐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A씨가 좋아하는 책은 만화‘캔디’‘빨강머리앤’‘헬렌켈러’ 등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밝고 강하게 살아가는 여인상을 그린 책들입니다. 앞으로 A씨는 캔디처럼, 헬렌켈러처럼 장애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처럼 즐겁게 살아갈 것을 믿으며, 그 삶에 금융교육이라는 자그마한 씨앗 하나를 얹어 준 것 같아 정말 기쁘고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찾은 목자의 심정이 이런 마음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첫 만남에 A씨의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워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참 부끄럽습니다. A씨는 비록 몸은 장애였으나 누구보다도 순수한 마음과 뛰어난 집중력, 그리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남달랐는데 겉으로 보이는 장애의 모습만 보고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교육이 무의미 하다”라고 단정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동안 내가 이해하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해준 고마운 A씨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며, 금융상담교육에 필요한 학습도구와 책을 모두 준비해 주신 같이 금융상담을 진행한 이영환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금융해설사로 사회공헌단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금융해설사를 꿈꾸는 여러분들!!!

나의 작은 지식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그 맛! 정말 좋고 보람을 느끼는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그 맛을 꼭 느껴보시길 강력 추천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보다 성숙한 사회를 소망하며 그 길을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해설사 모두 아자 아자 화이팅!!!

(글쓴이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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