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낙하산 인사’, 이제 ‘고마 해라’
제구실 못하는 ‘낙하산 인사’, 이제 ‘고마 해라’
  • 글쓴이 = 권의종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9.02.07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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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로 얼룩져온 인사 관행 하나 손 못 대는 상황...무슨 개혁이 싹트고 혁신이 성취되나
(사진=권의종)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국책 연구기관도 정부가 시키는 일만 하지는 않는 듯하다. 옛날 같으면 감히 마음 먹을 수 없는 과제들도 서슴없이 해내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라는 분석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다루는 주제가 이채로우나 전하는 메시지는 충격이다.

이 연구에서는 전문성과 부당공동행위의 가설이 세워졌다. 전문성 가설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직하면 당국에 재직할 때 축적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 금융회사 위험관리 성과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부당공동행위 가설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의 부당행위를 보호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분석결과가 자못 흥미롭다. 낙하산이라고 다 같은 낙하산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출신 기관이 다양하고 성과도 제각각이다. 그 중 기획재정부 출신 금융회사 임원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64명으로 가장 많다. 숫자에 비해 성과는 신통치 않다. 위험대비 수익성이 오히려 3.55% 감소했다. 위험가중자산 대비 이익비중(RORWA)도 악화, 경영효율을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출신 임원들 역시 위험관리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를 막아내는 데는 강했다. 취임 이후 1분기 만에 제재를 받을 확률을 16.4% 줄였다. 금융회사가 부실자산비율을 1%포인트 줄이려고 할 때마다 제재 받을 확률이 2.3% 감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금감원 출신 임원 채용이 7배 정도 효과적이었다. 다만 2분기부터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걸로 보아 약발은 부임 직후 단기에 그쳤다.

금융관료들, 성과는 없고 ‘방패막이’ 구실에 그쳐...조직 경쟁력과 직원들 사기는 곤두박질

이에 비해 한국은행 출신의 금융사 임원들은 위험을 낮추는데 기여한 점이 돋보였다. 이들이 취임한 후 2분기에 재무 위험관리 성과를 3.94%포인트 상승시켰다. 위험을 통제하면서도 순이익률도 높였다. 총 위험 역시 3.33% 줄어 위험관리 전반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나마 선방이다.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 관료가 금융사에 재취업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측면이 크게 부각되었다. 금융위험 관리는 개선치 못하고 금융당국의 제재 회피 등 금융감독 효과만 반감시키는데 그친 셈이다. 한마디로 득은 별로 없고 실이 큰 형국이다. 공직에서 천수를 누리고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겨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인재들의 실적치고는 초라한 결과다.

비싼 봉급 값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금융당국과의 관계에서 ‘방패막이’ 구실에 그치는 현실이 보기에 민망하다. 어려운 금융소비자가 낸 돈으로 사상최대 호황을 구가하는 금융산업이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시대 역행의 낙하산 행태가 비단 금융회사들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구석구석 뿌리 박힌 고질병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환부가 깊고 넓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조직 경쟁력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영향력을 이용해 규제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나 금융시장의 건전성은 훼손되는 중이다. 종국엔 소비자와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게 뻔하다. 전문성 면에서 내실을 기하기도 어렵다. 낙하산 인사 전체를 비전문가로 매도할 순 없지만, 이들 대부분이 수행했던 정책업무는 금융시장 일과는 성격 자체가 상이하다. 정치인 출신의 경우 전문성 부재에 따른 부작용의 가능성은 더욱 크다.

경영은 곧 ‘사람’... 전문성 다진 내부 인재 제치고 외부 비전문가 끌어들여 성공할 리 만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입장에서야 예사로운 일일 수 있으나 당하는 쪽에서는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철부지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법이다. 산하기관 직원들로서는 억울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당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평생 다녀도 꿈꾸기 힘든 조직의 별, 임원 자리는 하늘에 떠있는 별보다 다가서기 힘든 존재가 되어 있다. 극소수의 영광을 위해 대다수의 억장이 무너져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가뜩이나 기죽어있는 내부 직원들에게 열정과 헌신에 기초한 능력 발휘를 요구하는 건 애당초 무리일 수 있다. 좌전(左傳) 희공(僖公)에 나오는 “피지부존(皮之不存)이면 모장안부(毛將安傅)리오”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가죽이 없으면 털이 어디에 붙을 수 있겠는가’ 라는 의미가 아프게 와 닿는다.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조직에 유능한 인재가 붙어있기 힘들다는 뼈아픈 경구(警句)다.

경영에서 사람만큼 중요한 게 없다. 경영은 곧 ‘사람’이다. 성과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조직은 사람에 의해 사람을 상대로 운영되고, 사람을 위하여 사람에 의해 소유되는 객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경영의 의미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내부 구성원조차 제대로 건사치 못하면서 외부 사람을 임원으로 끌어들여 성공 경영이 성취될 리 만무하다.

조직과 인재 경쟁력을 해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은 이제 멈춰야 한다. 그 정도 했으면 그만할 때도 되었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곤란하다. 그동안 치른 대가로도 충분하다. 능력 중심의 인재선발은 대한민국 조직이 선진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오랜 기간 내부에서 전문성을 다져온 사람에게 임원의 기회가 주어지는 게 온당한 순리다. 비효율로 얼룩져온 낙하산 적폐하나 못 고치는 상황에서 무슨 개혁이 싹트고 혁신이 성취될 수 있겠는가.

 

글쓴이 권의종 교수는 현재 호원대학교 강의 중이며,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자문위원입니다.

본 글은 외부필진의 집필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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