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책임투자가 주류로 자리잡는 원년
2018년은 책임투자가 주류로 자리잡는 원년
  • 전병호 기자
  • 승인 2018.10.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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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재무적 요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져 현대적 의미 책임투자 방식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 가져와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이사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이사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에 대한 관심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뜨겁다.

이번 3월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 맞이하는 첫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번 주총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임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은 일회성 변화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연기금들의 책임투자형 자금 집행 확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며,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임투자 펀드 및 ETF도 속속 출시되어 운용 중에 있다.

초기 책임투자는 ‘착한 투자’라는 이미지로 윤리적으로 옳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 수익률을 일정 부분 희생하는 개념으로 인식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책임투자 개념은 다르다.

전통적 책임투자의 개념이 전쟁, 도박, 술, 담배 등 소위 죄악주(sin stock)에 대해 단순히 투자를 배제하는 방식이었다면, 현대적 의미의 책임투자는 재무 요인 외에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로 대변되는 비재무 요인까지 고려한 투자의사 결정을 통해 장기 지속 가능한 수익률을 창출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시민 의식의 성숙, SNS의 발달 등으로 비재무 요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해졌다. 단순히 기업가치의 하락을 넘어 기업의 존폐 여부까지도 결정짓게 된다는 점에서 비재무 요인의 고려는 포트폴리오의 위험관리 측면에서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 되었다. 장기 투자를 수행함에 있어 재무 요인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투자는 윤리적, 도덕적 수익률 추구로 인해 낮은 수익률로 귀결된다는 선입견이 존재하지만, 최근의 수 많은 연구 결과는 비재무적 요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짐에 따라 현대적 의미의 책임투자 방식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제도적 강화도 비재무 요인의 중요성이 높아진 점을 반증한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종업원수 5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등 비재무적 요인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09년에 세계 최초로 재무•비재무적 요인을 통합하여 보고하는 기업 통합 보고 방식을도입했다.

홍콩은 2015년부터 상장기업의 비재무적 요인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으며, 싱가포르와 미국 증권거래소도 각각 ESG 성과 보고와 지배구조 공개를 강화했다. 이러한 제도의 강화는 기업의 변화로 이어지며, 최근 3년간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의 수도 약 39% 증가했다.

2005년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의 주도로 시작 되었던 책임투자 활성화 노력 이후 2006년 4월 UN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는 6가지 책임투자 원칙을 제시하였다.

책임투자를 표방하는 자산 소유자(asset owners), 투자 기관(investmentmanagers), 서비스 기관(service providers)이 UN PRI원칙에 서명(signatory)을 하고 이행하는 방식이다. 도입 10여 년 만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2017년 4월 기준 전세계 1,714개 기관이 UN PRI에 서명을 하였으며, 서명한 기관들의 설정 잔액도 68조 달러(약 7.3경원)을 상회하고 있다.

책임투자는 도입 10여년 만에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투자 규범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 유수의 연기금들 뿐만 아니라 Blackrock,Vanguard, AXA그룹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이미 책임 투자를 표방하고 있다.

한국 국민연금도 2009년 UN PRI에 서명하였다. 반면 지역별로는 차이가 뚜렷하다. 전 세계 운용자산의 26.3%가 이미 책임투자를 표방하고 있으며, 유럽, 호주, 뉴질랜드는 그 비중이 50%를 상회한다. 캐나다와 미국도 각각 37.8%, 21.6% 수준이다. 반면 아시아 지역은 책임투자를 표방하는 운용 자산이 전체 운용자산의 0.8%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책임투자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점과 일맥상통한다.

반면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4년 70억 달러 수준이었던 일본의 책임투자 규모는 일본 연기금인 GPIF의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2015년 UN PRI 서명 이후 2016년까지 약 4,740억 달러로 2년 만에 6,671%나 급증하였다. GPIF는 스튜어드십 코드&ESG 부서 설립 등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위탁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보고서 활용, 적극적 의결권 행사, 피투자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활동 서베이 등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평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모든 위탁 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며, 80%가 넘는 운용사가 UN PRI에 참여한 상태이다.

한국의 책임투자 환경도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경영 투명성 개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에 대한 정책 기조 외에도 ESG 투자 활성화와 관련된 국민연금법, 국가재정법,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며, 한국 거래소도 ESG관련 공시제도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책임투자 관련 규모는 7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중 국민연금이 6.3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국민연금 전체 운용자산 대비한 책임투자 관련 자산 비중은 겨우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비재무 요인(ESG) 정보 공개 정도가 낮고, 신뢰성 있는 책임투자 지수가 부재함에 따라 다양한 투자 모델, 전략이 정립되지 못하는 등 본격적인 투자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미약하여 국내 투자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활성화, ESG 정보 공개의 확대, 신뢰성 있는 ESG 지수 개발 등 책임투자 환경의 개선이 가시화되며, 국민연금도 올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사회책임투자 관련 자금집행 규모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는 현재 국민연금 위탁 자산의 10% 수준인 사회책임투자를 5년 뒤엔 30%까지 확대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단순 계산시 약 6.2조원 규모가 향후 약 20조원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3년 3개 기업으로 시작된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기업 수는 2016년엔 108개로 증가하였으며, 신한은행은 ESG 항목을 여신의사 결정체계에 적극 반영하여 대출 및 금리 결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금융당국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EU의 비재무 정보(ESG) 공개 강화 정책의 영향으로 유럽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도 비재무 정보 공시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의 변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산도 ESG 투자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UN PRI의 6가지 책임투자 원칙은 투자자의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 기업의 ESG 정보공개 유도, ESG 관련 연구 및 활동을 수행하는 기관의 능력 향상 및 협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을 강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맞닿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일본의 선례에서 나타나 듯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 도입 이후 한국에서의 책임투자 확산이 가속화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정책적 지원, 자산소유자 및 기업의 적극적인 인식 변화, 기관투자자의 책임 확대 등으로 2018년 한국 책임 투자시장은 실질적인 성장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반면 단기 성과 중심의 성과 평가에서 벗어난 장기 투자 문화의 확산과 책임투자의 성과 분석에 관한 학술 연구 활성화 등 본격적으로 책임투자가 자리잡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도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가 안정적인 초과 수익을 창출하는지, 주식자산만이 아닌 채권자산에도 통용되는지 등의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실제 책임투자가 자리잡은 유럽이나 미국의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이러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인프라자산 등 다양한 투자자산에 이러한 책임투자를 적용하고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GPIF의 CIO는 ESG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향후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에도 ESG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한국의 ESG투자 활성화는 시기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는 점이다. 책임투자가 한국 주식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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