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의 시간여행 - 은행에도 정보업무가?
금융인의 시간여행 - 은행에도 정보업무가?
  • 전병호 기자
  • 승인 2018.05.31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석표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조직총괄본부대표

(서울=파이낸셜리더스) 전병호 기자 = 80년대 중반 4월의 어느 월요일 나에게 특수임무(?)가 부여되었다.

주말에 재벌 총수들과 골프를 치고 온 은행장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수집해 보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시중에 증권회사가 주축이 되고 재벌그룹 비서실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정보팀들이 여러 개 운영되고 있었다.

그 때 S증권 간부로 근무하던 형님으로부터 그 회사 정보 담당자를 소개받고 그 팀의 일원이 되어 정보라는 신세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 내에 `정보업무`가 시작되었는데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내가 담당하게 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보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정보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그 중에서도 중앙공무원 연수원장을 역임한 윤은기 회장(당시 경영전략연구소 소장)의 정보관련 책을 여러 권 탐독하였으며 그 때 첩보와 정보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첩보(intelligence)는 상대편의 움직임이나 형편을 몰래 알아낸 있는 그대로의 자료라면 정보는 일차적으로 수집한 첩보를 분석, 평가하여 얻은 구체적인 소식이나 자료이다. 그래서 첩보영화는 있지만 정보영화는 없는가 보다. 정보팀의 주된 업무는 기업정보 및 자금동향 그리고 산업계 동향 파악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사이드 정보 즉 권력심층부의 동향, 군 인사 관련, 재벌 그룹 움직임, 연예계 흐름 등이 주요한 관심사였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나중에 다 알려졌지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육군 수뇌부들 간의 싸움 즉, 금배지와 별들 간의 난투극으로 유명한 `국방위 회식사건`이다. 또 하나 VIP가 모 여성 연예인을 가까이하자 영부인이 그 연예인을 해외로 보냈다는 이야기, 재벌총수가 예쁘게 본 여배우에게 그룹 계열사의 야식 공급권을 하사했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86년 국방위 회식사건을 일으킬 정도로 군인들의 위세가 높았던 시절에는 군인사가 공표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누가 수도방위사령관, 기무사령관, 특전사령관에 임명되느냐가 세간의 관심사로 사전 파악하여 보고하는 일이 정보 담당자들의 빼놓을 수 없는 업무 중 하나였다.

또한 기업정보를 다루다 보면 시장보다 정보가 너무 빨라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여 주식투자하고 한 달을 기다려도 주가가 오르지 않아 허위정보라 생각하여 매각하고 나면 그 때서야 오르는 경우 등이다. 특히 BH와 관련된 정보를 다루다 보면 민감한 사항이 많아 유언비어 유포로 기관에 불려가 곤욕을 치를 때도 있었다. 때문에 보안은 우리들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정보보고서를 항상 2부 작성하여 한 부는 행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한 부는 담당 과장(지금의 부부장급)에게 보고하였는데 이 것은 담당 임원용이었다. 보고 후에는 보안을 위해 반드시 2부를 회수하여 파쇄하거나 소각하였다.

재미있었던 일을 회고해보면 정보 보고하는 날은 나는 거의 과장급이 되어 있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보도 듣도 못한 내용의 보고서를 보여 달라는 동료나 상사들로부터 협박(?)과 부탁이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보를 다루었던 담당자들이 대체로 소속조직에서 빛을 본 경우가 많았던 것은 물론 은행 내에서도 나의 후임자들이 대부분 임원으로 승진한 것은 정보업무가 조직 내외에서 힘을 얻거나 인맥을 쌓는데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 된다. 아울러 이러한 정보업무가 CEO의 정확한 의사결정에 많은 도움이 되고 나아가 조직발전에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91 (D.B.M빌딩) 601호
  • 대표전화 : 02-6925-043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아영
  • 법인명 : 엠지엠그룹(주)
  • 제호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 등록번호 : 서울 다 10890
  • 등록일 : 2014-08-28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겸 편집인 : 전병호
  •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리더스(Financial Leader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h8601@naver.com
ND소프트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